ㅈㅈ
서울시 금천구의 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그녀의 손은 검은빛이 감돌았다. 앳된 얼굴과는 대조적이었다. 올해 나이 32살. 자신을 ''공순이''로 소개한 김예슬(가명)씨다.
그녀가 하는 일은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한 마우스 조립업체에서 제품을 검사하는 일이다. 누락이나 찍힘자국, 돌출 등이 있는지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일인데 하루 4000개씩 검사한다고 한다.
"요새는 날이 더워서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 손이 좀 그러네요." 그녀의 얼굴에 수줍음이 묻어났다.
그녀가 이 회사에서 일한지 석 달이 흘렀다고 한다. 4월 까지도 그녀는 전동드라이버로 부품을 조립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사로 소개해 준 용역회사로부터 ''''내일부터 회사에 나가지 말라''''는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해고 통보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의 성과가 떨어진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었다.
"자책감이랄까 좌절감 같은 게 몰려오면서 순간적으로 울컥 하더군요. 며칠을 방황했는데 어느날 커피전문점 앞을 지나게 됐어요. 아이스커피를 마시려고 가격을 봤더니 4500원이더라구요. 문득 내 시급 4320원 보다 많다는 걸 깨달았죠. 갑자기 커피 마시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못 마시고 집에 와서 대신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어요."
보름 만에 다른 용역회사를 통해 지금 일하고 있는 마우스 업체 면접을 봤다. 늘 그랬던 것처럼 월급을 얼마 받게되는지는 묻지 않았다. 이 동네에서는 임금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4320원)이 못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그녀가 받은 월급은 130만원. 그나마 하루 2시간씩 야근을 하고 토요일까지 반납했기 때문에 100만원을 넘었다. 한 때 일했던 경리 업무를 해서는 만질 수 없는 돈이다. 생활을 해야겠기에 자신도 몰래 어느새 야근이 많은 회사로 옮겨 다니게 된 것이다.
일요일도 격주로 특근을 하다 보니 한 달에 2~3일 쉬는 날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오로지 잠만 잔다. 자기개발은 물론이고 연애조차도 할 여유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돈 버느라 시간도 없지만 그렇다고 돈도 마땅히 없다. 130만원을 벌기는 하지만 이 돈은 한 달이 채 다되기 전에 모두 없어진다.
전세 대출 이자로 매월 30만원이 빠져나가고, 통신비(8만원), 각종 보험금과 공과금(30만원), 부모님 용돈(10~20만원), 교통비(10만원)에 카드빚(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생활비로 쓰면 끝난다고 했다.
저축은커녕 좋아하는 책도 제대로 못 사보고, 영화 한편 보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녀에게 최저임금을 정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로 비춰질까?
[BestNocut_R]"아이들 과자 값도 안되는 임금을 올려주겠다는데 우리를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으면 그렇겠어요. 기계 부품보다 못하게 우리를 대하지만, 우리가 없으면 과연 대한민국이 돌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보고 대한민국 경제의 원동력이라고들 하지만 그 말은 위선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 사업을 돕다가 산업전선에 나선이후 지금까지 7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는 그녀의 ''꿈''이 궁금했다.
"20대 때는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 20대 때와 결별하면서 살고 있어요. 저의 미래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용자들은 시급 30원을 올려주겠다는 하는데 그 건 지금처럼 살라는 뜻이잖아요.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거죠."
그녀의 큰 눈망울에 정적만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