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산지역의 전셋값이 수직상승하면서 원룸에 신혼집을 꾸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아파트의 전세 물량은 쏟아지고 있지만, 신축 원룸 전세는 대기를 해야 하는 기현상이 빚어지는 등 부산지역의 전세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내년 2월에 결혼할 예정인 장민희(28)씨는 고심 끝에 부산 연산동에 있는 39 m²규모의 (12평)원룸에 신혼살림을 꾸리기로 했다.
예비신랑이 마련한 전세자금과 정씨가 모은 혼수 자금을 합치면 5천만원 정도.
하지만, 중소형 아파트 전세가 웬만하면 1억 원이 넘는데, 대출금리도 6%에 육박해 이자 부담 탓에 아파트를 계약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장씨는 "원룸의 경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이 구비돼 있어 초기 혼수비용을 아낄 수 있고, 한 1~2년 더 알뜰하게 돈을 모아 아이를 가질때 쯤 아파트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면서 "보통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로 결혼준비를 하는데, 사실 집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져 주위를 둘러봐도 최근에는 이런 공식이 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올 하반기 들어 3.3㎡당 평균 450만 원대에 진입하는 등 2년 전에 비해 약 40% 급등하면서 정씨처럼 원룸에 신혼살림을 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79.2m²(24평)의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 5~7천만원 에서 최근에는 거의 1억원대 까지 올랐지만, 원룸 전세비용은 5천~6천만원 선이다.
특히, 문 하나로 주방이 분리된 신축 원룸은 전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부산 A 부동산 관계자는 "신혼부부 5명 중 3명이 원룸을 알아보는 등 규모는 작지만 효과적으로 공간이 분리돼 있는 신축 원룸을 최근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면서 "해운대, 연산동, 초량동 일대에 들어선 원룸은 교통도 편리하고 인근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편의시설도 많아 특히 인기가 많다. 로열 층수의 경우 대기자가 5~6명에 이를 정도"라고 말했다.
때문에 봄, 가을 이사철과 결혼 시즌을 앞두고 쏟아지던 신혼부부 전세 수요는 올가을에는 거의 실종된 상태다.
부동산 114 부산, 경남지부 이영래 지사장은 "지난해 이맘때쯤 소형 평수 아파트의 경우 기본 7~8명이 대기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달라져 소형평수의 경우 전세물량이 쌓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산지역의 전셋값이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올라 일종의 심리적 저항감이 생겨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신혼부부들이 실속선택을 하면서 부산지역 전세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