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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련, 죽음 · 분단을 넘어 별을 그리다''

공연/전시

    ''김혜련, 죽음 · 분단을 넘어 별을 그리다''

    "김혜련 1992-2011"전, 20년 작업 정리, ''굿바이 박경리'' 등 국내 처음 공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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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분단이 부활과 화해의 꽃으로 피어났다. 그 꽃들은 별이 되었다. 김혜련 작가의 20년 작업을 정리하는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 전시회에 대한 인상이 그러하다.

    검은 배경에 노란 꽃 한송이. 그림 한점이 가슴을 쿵 친다. 전시관 입구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전시관 안쪽 먼 발치로 보이는 그림 한 점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 강렬함은 꿈속에서만 그리던 연인과 눈을 마주쳐 그 시선에 감전된 듯한 느낌과도 같다. 내가 그림을 보는게 아니라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노란 색은 검정 색과 가까이하면 추레해지기 십상인데, 이 그림에서는 그 노란색이 영롱하게 빛난다. 검은 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처럼. 이 작품의 제목은 ''굿바이 박경리''이다. 2008년 5월 어느날에 박경리 작가가 돌아가셨을 때 김혜련 작가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형상화한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그 꽃모양은 활짝 피어 벌어진 연꽃이나 모란을 닮았지만, 그 노란 색상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인듯 싶다. 그 노란 꽃 위의 붉은 (-)자형 터치는 죽음을 상징하고, 그 붉은 선에서 주욱 흘러내린 자국은 고인을 애도하는 눈물이런가. 그 노란 꽃 안에는 땅색과 초록색 터치가 섞여 있다. 그 땅색은 고인이 남긴 대하소설 ''토지''를 떠올리게 하고, 그 초록에서는 자연을 사랑하던 고인의 마음결이 느껴진다. 박경리 작가는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지만,그분의 정신은 하늘의 별처럼 빛나며 우리들의 가슴에 노란 희망으로 아로새겨졌다. 김혜련 작가가 빚어낸 그 노란꽃으로 인해 나는 해마다 5월의 모란과 여름의 연꽃을 대할 때면 박경리 작가를 만날 것이다.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 향기로움을 온 천지에 퍼뜨리듯이, 사흘만 피는 모란이 그 찬란한 슬픔을 기다리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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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을 저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김혜련의 2010년 작품 ''강건너(DMZ)1-4''와 ''능선(DMZ) 1-2'', 그리고 2004년 작품 ''임진강 철조망''은 분단의 상징인 DMZ풍경을 담고 있다. 그는 분단에 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품으로 표현한다. ''강건너''는 임진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풍경을 연한 파랑, 연초록, 연분홍 빛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4점 연작인 ''강건너''는 각 작품마다 화면을 가로지로는 구불한 선이 강인듯, 산의 능선인 듯 하나인 것처럼 이어지며 전체적으로 색채적 조화를 이뤄, 그것이 주는 평안과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다. 셸리가 말한 ''진리가 아름다움이고,아름다움이 진리''인 세계가 이런 것이 아닐까. 분단의 회복을 향한 작가의 염원은 분단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끈(강줄기)과, 서로 다른 것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색채로 구현된다. 작가의 선한 의지는 예술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그 아름다운 형상은 분단의 회복이라는 진리를 담고 있다. 임진강 자락 파주 헤이리에서 살고 있는 김작가는 말한다."분단을 주제로 한 작품은 할 수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망갈 수 없도록 붙드는 게 있어요.분단의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책임감이 느껴지고, 우리시대의 숙제라고 생각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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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두루마리''와 ''출생앨범''은 두루마리와 병풍이라는 동양적 형식을 빌어 김작가의 색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강한 메세지와 색채의 아름다움을 반추상 형식으로 표현하는 김작가의 평소 작품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아기자기한 인물화가 선보인다. ''기억두루마리 1992-2011''은 긴 두루마리에 작품들의 가장자리를 바느질로 기워 배치한 것으로, 독일 유학생활을 포함한 20년 작업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자화상은 고단한 듯하면서도 동그란 얼굴의 여유로운 표정에서 작가의 넉넉한 품성을 읽을 수 있다. ''출생앨범 2008''은 대형병풍에 김작가 자녀의 독일인 유모 초상이라든가 자녀들의 갓난아이 때모습과 같은 출생에 관련된 삽화 48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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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련 작가에게 감꼭지는 깨달음의 상징이다.감꼭지는 어느 순간 김작가에 별이 되었다.그의 작품 ''감(내 마음 속의 별)''은 감꼭지가 깨달음을 준 그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가 냉장고에서 감을 꺼내면서 문득 그 감꼭지가 별로 보이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여섯 폭의 화면에서 검은 바탕에 붉은 별,노란 별 등 다양한 색깔의 별로 변주된다. 인간이 세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수 있는 것은 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하지 않은가. 그 별을 향해서, 그 별에 도달하기 위해 그 별을 바라보며 무작정 고단한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자와도 같이. 김작가는 그 감꼭지에서 하늘의 별처럼 인간이 한 생애에 지향해야 할 꿈,소망을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작가가로서 가야할 길, 그 길을. 박경리 작가가 ''토지''라는 필생의 대작을 통해 일제치하 우리민족의 삶과 한,정신을 온전하게 살려냈듯이, 김혜련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이 시대의 증언으로 기록되기를 염원하고 있는 게 역력하다. ''DMZ풍경''과 같은 분단에 대한 주제의식은 그가 이제껏 매달려온 것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DMZ풍경''은 작가의 시대정신이 녹아들고, 간절한 염원과 아름다운 소망을 담아, 찬란한 슬픔의 색채로 부활했다. 슬프기에 찬란하듯이,분단의 슬픔과 비극의 상처가 너무 깊기에 그 화해와 합일의 염원은 더욱 간절하다. 그의 작품에서 순간의 찰나가 영원의 세계와 만나 사소한 감꼭지가 별이 되듯이,분단현실의 회복을 염원한 그의 ''찬란한 슬픔의 색채,DMZ 풍경''은 진정한 화해와 소통, 하나됨의 꿈을 담은 하나의 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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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기간:2011.11.11-2012.1.21
    전시장소: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2가 1-176번지 아산정책연구원 1층) 02-3701-7323
    전시작품: 회화작품 10점, 드로잉 대작 2점.[BestNocut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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