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박 2일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른바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진행한 방문이었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내동댕이친 한마디로 굴욕 외교였다.
어제(18일) 오전 교토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우선해결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생존해 계신 위안부 할머니가 여든 살 이상으로, 몇 년 더 있으면 다 돌아가실 수 있다"며 문제해결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그러자 노다 총리는 "일본 정부의 법적 입장은 알 것이니 거듭이야기하지 않겠다"고 기존입장을 견지하면서, 오히려 지난 1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한 ''평화비''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향후 한·일관계의 파탄까지 갈 수 있는 망언이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였다면 (평화비 건립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며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님이 돌아가실 때마다 제2, 제3의 동상이 설 것"이라고 받아쳤다.
청와대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담 이라고 논평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회담 정도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있을 수 없는 굴욕을 당한 것이다.
국가 간 외교, 특히 정상회담에는 사전에 의제와 함께 결론을 논의하는 게 상궤다. 이번에도 당연히 양측 실무진간에 사전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강경한 입장을 감지했다면, 이 대통령은 일본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은 그간 일제강점 시절 위안부의 존재조차 외면했고, 미국연방하원에서 일본계인 마이크 혼다 의원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상정하자, 그를 압박하는 등의 악행을 자행한 야만국이다.
그런데 뭐가 급해서 일본까지 건너가 그 같은 치욕을 당해야 했는지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알고 있을 이 대통령의 행보, 아무리 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윤재석 CBS <객원해설위원>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