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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통해 드러난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일부 국무위원들은 끝까지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샀다.
20일 국회에는 국정원장, 국방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장관들이 모두 모였다. 국회 정보위, 국방위, 외교통상통일위가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긴급 현안 질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정원장과 각 장관들이 ''정보력 부재''를 질타하는 여야 의원들에 대한 답변은 사뭇 달랐다.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는 김정일 사망 사실을 19일 정오 북한 방송을 통해 알았다고 시인한 반면 외교부와 통일부는 ''정보 사항''을 핑계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에 참석해 "국정원은 북한 방송을 보고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으며 미국, 일본,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고 권영세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김정일 사망 소식을 언제 알았느냐"는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의 질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김관진 장관은 이어 "적의 도발에 관련된 정보와 사람의 사망에 대한 정보는 성격이 다르다"며 "군사감시태세와 관련된 정보는 다 감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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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교부와 통일부의 답변 자세는 국정원, 국방부와는 사뭇 달랐다.[BestNocut_R]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참석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김정일 사망 소식을 언론의 보도를 보고 알았느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의 질문에 "정확한 상황을 보고 드리기가 어렵다"며 "정보 사항과 관련된 것이어서…"라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언제 인지했냐고 묻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글쎄요. 구체적으로 언제 알았다고 말씀 드리리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역시 "정보 사항이라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는 궁색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이에 이회창 전 대표는 "정부 기관이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알았다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현 정부의 정보력을 보면서 불안하고 불쾌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