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물론, 평소 막대한 정보자원을 투입해온 주변 강대국들도 ''동토의 왕국''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숨진 지 이틀이 지나도록 전혀 ''감''도 못 잡았던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전''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군 정보사령부는 북한의 ''특별 방송'' 이후에야 사망 사실을 인지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이번에 드러난 주변국들의 대북 정보망의 허점은 철저하게 폐쇄적인 북한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긴 하다.
"평양 시내 도로에 있는 주먹만한 돌멩이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자랑해온 미국 정보기관들의 위성조차 ''급변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운명을 가른 특별열차가 어디서 멈췄는지, 또 일행이 어디서 내렸는지도 전혀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정보력''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러시아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감쪽같이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외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미리 알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그간의 관례로 볼 때 북한이 중국에는 공식 발표 이전에 사망 사실을 통보했을 것이란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북한 정세에 민감한 일본 정보당국과 언론들 역시 김 위원장이 숨졌다는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살아 생전 북핵 문제를 놓고 능수능란하게 ''밀고 당기기''를 벌여온 김 위원장이 사후에도 주변국들을 ''한방 먹인 셈''이 됐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오전 한국측 한 지인에게 "세계 어느 정보기관이나 국가도 김 위원장 사망을 몰랐다"며 "중국도 아주 당황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북한을 예의주시해온 주변 강대국들도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만큼은 알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국민 여론인 듯하다.
우리나라 안보와 정치, 경제를 뒤흔들 만한 ''최대 관심 인물''의 사망 사실을 51시간가량 몰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보기관장들은 모두 문책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정보·외통·국방 등 3개 상임위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점에서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동안 각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막대한 비용과 인력과 도대체 어디로 투입돼온 것인지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