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등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등 중소기업 지원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법안 심사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이날 법사위는 법률안 100여 건을 처리하기로 돼 있었고 SW 산업진흥법 개정안은 68번째 심의대상이었다. 하지만 법사위는 40여 개 법안만 처리하고 오후 5시 30분쯤 정족수 부족으로 정회했다. 법사위는 오후 7시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사람이 없어'' 결국 회의가 취소됐고 산업진흥법 개정안도 결국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4.11 총선에 급한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 등 지도부 차원에서 처리를 독려한 법안만 심사한 뒤, 다른 법안에 대해서는 ''지역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며 "나몰라라"했기 때문이다.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이에 대해 "18대 국회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두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법사위가 정회 후 다시 열지 못해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와 함께 위장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막는 법안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중소기업제품법은 최근 가구업체 퍼시스에서 분할된 팀스의 조달시장 참여 여부를 놓고 위장 중소기업 논쟁이 벌어지면서 주목을 받았던 법이다.
두 법 모두 대기업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인 것은 물론, 일종의 재벌개혁법으로 여겨졌지만 이날 법사위 속개 무산으로 18대 국회에서 폐기되는 위기에 처했다. 법사위는 전체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 남은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4월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 법들은 19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을 너나 없이 주장하면서, 최소한의 중소기업 보호, 재벌규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모두 이런 법 통과를 독려하는 데는 무관심하고 총선에나 열심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법안 심사조차 없었던 이날 여야의 직무유기가 비단 ''지역 일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관련 법 통과에 예민한 대기업들의 로비 때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한 지경위 의원은 "관련 법이 통과될 경우 대기업이 그동안 취했던 중소기업의 이익이 없어지면서, 대기업 이윤이 최대 10% 정도 깎인다"며 "이를 두려워한 삼성과 엘지(LG) 등 대기업이 지경위는 물론 법사위 의원들을 상대로 법 통과를 막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