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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프로 오브 텐프로…룸살롱의 정치사회학



기자수첩

    텐프로 오브 텐프로…룸살롱의 정치사회학

    [변상욱의 기자수첩] 은밀한 접대와 거래, 권력-자본-섹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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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룸살롱(roomsalon)은 사전적으로는 칸막이가 있는 방에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술집이다. 폐쇄적인 구조의 방 안에서 비싼 술을 마시고 주로 여성 접대부들이 손님 접대를 하는 곳이다.

    요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마련돼 있다는 고급 룸살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인, 재벌가 인물 등 최고급 손님만 회원제로 예약을 통해서 가려 받고 마시면 일단 기본이 천만원은 넘는다고 한다.

    ◇텐프로 오브 텐프로?

    고급 룸살롱을 흔히 ''텐프로''라 부른다. 어원이 뭔지는 불확실하다. 술집에 돈을 댄 물주는 따로 있고 매니저 노릇하는 마담이 있어 매출의 10%를 떼어간다고 해서 텐프로라는 설이 첫째고, 룸살롱 중 상위 10% 안에 드는 고급 룸살롱이라 해서 텐프로라는 설도 있다. 그런데 텐프로 중에서도 상위 10% 안에 들면 텐프로 오브 텐프로, 줄여서 ''일프로''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요정(料亭)은 고급 음식점을 일컫는 말로 과거 ''요릿집''이라고 부르던 곳이다. 요정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료테이''(りょうてい)라는 요릿집(요정)이 바다를 건너와 자리 잡은 식품접객업소이다. 일본의 료테이는 손님을 귀한 요리로 접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당시 요정은 남자들이 여자들의 접대를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잠자리까지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1907년 조선시대에 이어져 온 관기 제도가 폐지되면서 정리해고된 기생들이 관청에서 풀려 나와 요릿집에서 일했다. 기생 조합인 ''권번''(券番)이 있어 요정이 연락하면 필요한 기생을 보내 흥을 돋우게 하는 형태였고 이후 요릿집에 전속계약으로 소속되어 일하는 기생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형태는 오늘날에도 비슷하다. ''보도방''이 있어 접대여성들을 룸살롱에 공급하는 인력송출 영업을 맡거나 룸살롱에 전속되어 있거나 한다.

    1950년대 말 서울의 북악산에 ''요정 3각''이라 불리는 3대 요정이 유명했다. 청운각, 대원각, 삼청각이다. 청운각에서는 1956년 한일 회담이 성사되었고, 성북동 삼청각은 1972년 남북조절위원회와 남북적십자회담에 사용되었다. 정치 권력이 은밀히 애용했다해서 드라마에도 흔히 등장하곤 한다. 서울시 최초의 음식점인 오진암은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 남북공동성명을 논의한 곳으로 유명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요정 애호가여서 안가를 요정화해 연예인 등을 불러들여 술접대를 시킨 건 다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은 아예 ''관광요정''이라는 것을 제도로 만들었다.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고민은 자금이었다. 돈이 모자라 대규모 투자없이도 달러를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이 관광, 조금은 부도덕한 관광임을 간파하고 ''기생관광''을 부분적으로 추진했다. 특정 지역과 특수 관광호텔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성매매 영업을 하는 여성에게는 윤락행위 방지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1962년부터 시행된 제도이다.

    ◇룸살롱의 원산지는 프랑스? 아니다, 일본 료헤이

    1970년 대 들어서 국가부채가 늘고 무역적자가 커지자 짧은 기간에 많은 외화를 벌 수 있는 방법으로 기생관광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현금 회전이 좋고 영업 성격이 은밀한 만큼 비자금으로의 전환과 비축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진흥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제관광협회에 ''요정과''가 설치되었다. 관광협회 요정과는 관광기생들에게 증명서를 발부해 호텔 출입을 자유롭게 하고 통행금지령의 저촉을 받지 않도록 했다. 사실 상의 24시간 성매매 허가증을 공기관이 발행한 것이다.

    1970년대 후반 들어서 기생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관광객 1백만 명 돌파가 이뤄졌고 관광요정들이 성업을 이뤘다. 이 요정들은 1980년대로 넘어와서는 내국인들까지 영업에 끌어들여 호황을 이어갔다. 박정희 정권 시절 관광요정이 10개로 시작했는데 최전성기에는 200여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때가 바로 ''호스티스''(hostess) 전성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영자의 전성시대. 오죽하면 서점가에는 호스티스 관련 책들이 즐비하고 영화도 호스티스 영화에 관객이 몰려들고 했을까.

    이러한 기생관광의 성장이 이후 룸살롱, 단란주점과 같은 술과 성접대를 연계시킨 유흥산업의 대규모 확산을 가져 왔고 전국 도시·농촌 가릴 것 없이 번져가며 10대 어린 소녀들을 서비스걸(service girl)로 끌어들였다. 룸살롱이 부적절한 ''은밀한 접대''라는 사업부문을 떼어가자 룸살롱에 밀린 관광요정은 결국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한정식집으로 바뀌었다.

    ◇룸살롱의 정치 사회학

    조금 더 정치적인 흐름으로 보자면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가 총독부 등 일본 측 ''갑''(甲)을 접대한 곳이 요정이고, 해방 후엔 군정을 맡은 미군을 불러 접대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엔 군사정권이 즐기고 접대받고 국가적 돈벌이와 비자금 통로로 이용하던 요정이 비즈니스 호화 룸살롱으로 발전해 대통령 측근과 재벌 총수가 만나 즐기며 우애를 돈독히 했다는 의혹이 터지기에 이른 것이다.

    [BestNocut_R]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밀실 문화이다. 중앙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 권력, 지방자치단체와 토호세력 등이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공 제도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별도의 꿍꿍이 내막들에 의해 움직인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은밀히 만나야 하고 갑을 관계에서 접대도 해야 한다.

    은밀한 접대는 밀실이 필요하고 보안과 방음이 잘 된 밀실을 룸살롱이 제공한다. 룸살롱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밀실을 음습하지 않게 화려하고 우아하게 꾸몄다는 점이다. 또 도우미의 성접대를 함께 받으면서 공범의식을 통해 서로를 더 친밀한 관계로 이끌어 주는 장점(?)도 있다. 거기에다 룸살롱에서의 접대는 조직과 사회에서 업무 수행으로 관행으로 인정을 해 준다.

    룸살롱에 가면 통한다는 비즈니스 관행과 "룸살롱이야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아니냐"는 허술한 우리의 도덕의식이 이제는 전국 어디에나, 중국에도, 북한에도 룸살롱을 퍼뜨리고 여성들을 접객부로 또 손님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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