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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학들 총장님 문제로 줄줄이 ''멘붕''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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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요즘 대학가가 시끄럽다. 특히 대학을 이끄는 최고 지도자인 총장들이 위태롭다. 대학가에서 불고 있는 ''''총장 불신임'''' 바람을 주목해 보자.

    총장 선거철이면 경쟁자나 반대파가 총장을 흔드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지금 불고 있는 불신의 바람은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 건국대

    건국대는 지난 2일 교수들이 총회를 열고 ''''김진규 총장 해임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891명, 참석 391명, 불신임 325명으로 89.5%가 총장을 불신임했다. 김 총장은 지난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있다 영입돼 생명과학분야를 중심으로 한 학제개편을 시도했다. 단과대학별 부총장제 도입, 연구업적평가와 대학원 폐강 기준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교수 연구업적평가, 학과 구조조정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교수들과 합의한 안이 아닌 총장 임의의 새로운 안을 내놓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 교수들의 반발 이유. 중대한 의사결정인데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총장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총장은 교내 각종 사업들을 수의계약하려 한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판공비 사용내역도 증빙이 허술해 의혹을 샀다. 교수들 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총장 불신임을 외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김 총장은 취임 초, 매주 한 차례 씩 건국대 병원에서 진료함으로써 학교 사랑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천하지 않았으면서 진료수당으로 연간 2천300만원을 가져갔다는 것이 직원 노조의 주장이다. 직원노조의 지난달 30일 투표에선 89.5%가 김 총장을 불신임했다. 직원 투표율은 무려 95%. 직원들의 총장 불신임 투표는 건국대 개교 이래 처음이다.

    2. 카이스트

    ''''서남표 식 개혁''''이 여전히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교수협의회가 지난 8일 서남표 총장에게 사퇴할 건지 말건지 용단을 내리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교수협의회가 지적한 내용은 독단적인 대학정책 운용, 방만한 조직운영, 300억 원 대의 재정손실 은폐 등이다.

    서 총장은 그러나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거취를 표명하는 것은 ''''서남표식 개혁''''의 요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고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사유도 타당하지 않다.''''며 교수·학생·직원·동창회·학부모까지 참여하는 ''''카이스트 대통합소통위원회(가칭)''''를 만들어서 공개토론하자고 역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교수들은 ''''해명을 요구하는 교수를 고소하는 총장에게 진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총장의 역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수들은 ''''총장이 새로운 정책을 내면 가장 먼저 하는 게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서 교수들 ''''편 가르기''''다. 내용에 대한 논의는 모두 묵살시키고 외형을 바꾸는 게 늘 우선이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카이스트(KAIST) 학부 총학생회는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 23일 본관 앞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학생회가 지난 21, 22일 학교 인트라넷을 통해 총장 거취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학부생의 30% 정도가 참여해 총장 퇴진에 74%가 찬성, 반대 25.6%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또 지난해 4월 학생들의 자살로 불거진 ''''카이스트'''' 사태 이후 서 총장이 보여준 리더십에 대해 87%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카이스트 이사회는 어제 (24일) 서울 강남 반포동 모 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었으나 총장 거취 문제를 여전히 논의치 않고 다시 뒤로 미뤘다고 ......

    3.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의 4선 연임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지난 4월 ''''서울여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수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부교수 53명이 서명한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에서 교수들은 이 총장 스스로 4선 연임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는데 이유는 교수 임용에서의 직권남용, 대학평가 순위 하락 등이다.

    총장으로부터 답이 없자 지난 15일 교수들의 연임 반대 2차 선언문이 나왔다. 이날 교수와 학생들이 교내 가두시위도 벌였다. 교수들 주장으로는 처음 총장 취임 때부터 한 번만 한다, 이번만 더 한다, 하면서 4번 째 하려 한다는 것. ''''총장 3선 연임 금지 및 연령 제한''''을 내용으로 한 정관개정안을 교수협의회가 만들어 이사회에 올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총장은 그동안 학교발전의 공이 크고 비전을 제시해 왔다고 해명하지만 더 이상 하지 않겠다도 아니고 꼭 4번 하겠다도 아닌 애매한 표현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

    ◇총장은 CEO 일 뿐 스승은 아닌가?

    대학 총장들이 불신임 받는 연유를 살피면 첫째는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일을 추진하지만 즉흥적이고 졸속적이거나 외양만 그럴 듯하고 실속 없는 치장이어서 반발을 산다는 것.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미흡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총장들이 대학 구성원들보다 외부의 업적 평가에 연연해 조급한 정책을 내놓거나 진정성이 담긴 반성이 부족한 것도 퇴진 요구에까지 이르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총장 선출방식도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이다. 교수들이 총장을 뽑으면 파벌이 생겨서 문제, 외부에서 경영자로 모셔 오면 독단적이라고 문제 ..... 대학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넓게 보면 우리 대학 사회가 자율적인 융화와 해결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는 외부의 비판도 있다.

    어느 사회이건 도덕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자기 성찰에서 앞서 있어야 할 곳이 대학과 종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회와 사찰의 타락과 불신, 대학의 혼란과 대학 지도자의 불명예는 모두가 심각한 전조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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