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는 한 사립 고교의 ''단기(短期) 시간 강사''의 외침이 가슴을 적시고 있다.
시급제 강사와 실업자 사이를 넘나들고 부당한 대우에 눈을 질끈 감으면서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다음은 시간강사의 독백.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교문에서 학생 생활지도를 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됐다.
제법 쌀쌀해진 공기에 얼굴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지만 한번도 생활지도를 빼먹은 적이 없다.
나는 사립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떳떳하게 ''선생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나는 수준별 학습이 실시되면서 부족해진 ''선생님''의 자리를 메우려 학교에서 직접 고용한 ''단기 시간강사''로 살고 있다.
급여는 시간당 2만 5000원. 법적으로는 하루 4시간을 가르치는게 내 임무다.
하지만 항상 맡은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1,2교시 수업이 끝난 뒤 7,8교시 수업 전까지 가정통신문을 만들고 아이들 생활기록부 정리하는 일을 도맡아 ''눈치껏'' 일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정해진 시간보다 서너시간은 더 일하게 된다.
내가 받는 급여는 월 150~160만원. 예전에 장사를 했었는데 월 매출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교사''의 꿈을 꾸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방대 사범대에 편입해 졸업했다.
수업이 없어 급여가 나오지 않는 방학에는 통장에서 ''텅텅'' 소리가 나는 것같다.
지난해에는 방학 보충수업을 맡지 못해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사치였다.
아내는 올해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 조그만 회사를 다녔다.
아내는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하지만 ''내가 조금만 더 능력있는 남편이었다면''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힘들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계속 일할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3년 만에 난 벌써 세번이나 학교를 옮겼다.
학교란 사회는 좁다.
계속 일해야 하니 부당한 처우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다.
바라는 것은 많지 않다.
정규직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호봉에 따라 월급이 나오고 퇴직금과 초과수당도 받을 수 있는 기간제 교원만큼의 대우만 받아도 훨씬 행복할 것같다.
하지만 이는 계약기간 1년 미만의 비정규직인 내겐 ''그림의 떡''이다.
나는 교육청에서 학교에 배당해 주는 ''교원''이 아니다.
나는 ''정원 외'' 셈이다.
아이들만 가르칠 수 있다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나는 내일도 아침 일찍 학교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