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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보안 속 깜짝인사를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선 메시지는 무엇일까.
새누리당은 성탄절인 25일 전날 있었던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ㆍ대변인 기용의 배경에 대해 가장 일반적인 분석은 ''영남, 친박이 배제된 전문가 그룹''이다. 대선일 다음 날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과 민생을 내내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는 말이다.
지근거리에서 박 당선인을 보좌해야 하는 비서실장 역할에 계파색이 옅고 정책통으로 분류되는 유일호 의원을, 박 당선인의 ''입'' 역할을 하는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외부에서 수혈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적어도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박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측근이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었다.
박 당선인은 이와관련해 25일 기자들과 만나 "전문성이 중요하고, 그 외 여러 가지 생각해서 인선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가장 중요한 인선 원칙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내용이다.
이들 인선을 오롯이 ''영남, 친박 배제''로 해석할 수 있냐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조세연구원원장 출신의 정책전문가라는 점을 유 의원에게서 높이 샀다는 평가가 있지만, 비서실장은 사실 굉장한 정무감각을 필요로 하는 자리다. 당정청의 가교역할이 요구될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당선인에게 직언도 서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강점으로 어느 계파에나 두루 잘 어울린다는 점이 꼽히지만, 이 강점은 동시에 자기 주장이 불분명하다는 단점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대체로 "튀지 않는다"는 당내 평가를 받고 있는 유 의원은 경제정책통이면서도 정책성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었다.
이때문에 "박 당선인에게 비서실장이면서도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 만한 인물이 필요했던 게 아니겠냐. 그럼에도 비서실장이 해야 될 일은 엄연히 존재하니까, 이 역할을 하는 인사는 막후에 남을 것(새누리당 관계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년 언론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의 수석대변인 발탁도, 그간 윤 대표의 발언들을 보면 ''친박 배제''라는 평가가 무안할 정도다. 윤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에게 표를 던진 48%를 ''국가전복세력''이라고 강조하는 등 박 당선인에 대한 절대적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앞서서는 ''창의 마지막 애국''이라며 이회창 전 대표에게 박 전 후보의 지지선언을 강요하는 글을 쓰는가 하면 박 당선인이 의원 시절 이상득 전 의원과 정몽준, 이재오 의원과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이들을 맹비난했었다. 오히려 의원 신분으로서 말을 ''가렸던'' 내부 인사들보다 확실하게 친박 성향을 드러내왔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과 가까운 한 인사는 "안철수 현상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때, 왠만해선 안 교수에 대해 공식적인 비판을 하지 못했다는데 윤 대변인은 거침없이 했다"며 "박 당선인이 남들을 의식 안하고 소신있게 말하는 모습을 인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한 의원은 "편가르기식 독설과 색깔론 등 극우 보수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윤 대변인의 논조에서 박 당선인이 ''진정성''을 발견하고 주요 직책에 임명한 것이라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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