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서해 피격' 재판서 "사람이 먼저다" 거론
북한군에 의해 서해에서 숨진 공무원의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재인 정부 안보 수장들이 24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이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이후 언론 보도로 사건이 알려지자 허위 첩보 등으로 월북 몰이에 나섰다며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를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부는 이대준 씨를 구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방임한 결과 이 씨는 사망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정부의 무대응, 미조치에 대한 강한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훈 전 실장과 서욱 전 장관 등은 모두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서 전 실장 측은 "이 공소장 내용을 살펴보면 공정한 재판이 가능할지 매우 의문이고 이 사건 공소제기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해 공소 기각 판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이 씨 사망 사실을 은폐하지도 않았고, 은폐할 수도 없었다"라며 "이미 수백 명이 이 사실을 인지한 상황이고 그 다음날 대통령 보고까지 했다. 이 사실을 은폐할 마음을 먹는 것이 도대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 전 실장 측은 검찰이 '당시 한 비서관의 말'이라며 공소장에 담은 내용을 지적했다.
서 전 실장 측은 "검찰은 공소장에 '일부 비서관들이 (이대준 씨 사망 사건이) 어차피 공개될 텐데 바로 공개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의견을 내자 피고인(서훈)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러자 미쳤다고 했다'는 것이 있다"라며 "원 진술자인 해당 비서관은 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어서 증거로 인정될지 의문이다. 검찰이 언론 보도용으로 기재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정책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많은 시간이 지나서 검찰이 사법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욱 전 장관 측도 "검찰의 주장과 달리 SI첩보자료는 민감 자료이고 첩보자료가 무분별하게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을 뿐"이라며 "SI첩보자료와 무관한 부서와 부대는 열람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출력된 SI첩보자료가 있다면 확인해서 회수하고, 열람한 부대는 보안 교육을 통해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국방부장관으로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고, 모든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와 보고서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전 원장 측 역시 "피고인은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할 지위에는 있었지만 의사 결정할 지위에 있지 않았기에 다른 피고인들과 이 사건 보안 지시에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고, 보안 지시를 한 적도 없기 때문에 공소 사실에 대해 부인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이날 법원 앞에서 "동생을 월북자로 낙인찍어 뭘 얻으려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며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3.03.24 1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