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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성직자도 교황청도 ''비우고 맑아지라!''

기자수첩

    교회도 성직자도 교황청도 ''비우고 맑아지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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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19일 신임 프란체스코 교황의 즉위식이 열린다. 교황의 이름으로 익숙한 요한, 그레고리오, 베네딕토 등이 아닌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건 바티칸 역사에서 처음이다.

    가톨릭교회 초기에는 교황이 되어도 새 이름을 짓지 않고 대부분 자신의 세례명을 그대로 사용했고, 11세기 클레멘스 2세 교황부터 이름을 바꾸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고 알려진다. 주로 흠모하는 성인의 이름을 가져 오기도 하고, 자신의 신앙에 큰 영향을 끼친 존경하는 전임 교황의 이름을 따기도 한다.

    신임 교황의 프란체스코라는 이름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를 따른 것이어서 지구촌은 청빈의 교황을 환영하며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고, 멋진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음식도 직접 조리한다니 존경스럽다.

    ◇교황이 청빈하면 교황청도 가난해 질까?

    새 교황에게 주목되는 것은 ''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로마 바티칸의 막강한 권력을 내려놓을 것인가, 아니면 절대반지의 교황권을 계속 강화해 갈 것이냐의 문제이다. ''성직자와 교회는 가난하라!''고 외친다면 옳다. 그럼 바티칸도 가난하고 낮아질 것인가?

    가톨릭 내부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또 청빈하고 바른 삶을 강조하는 데서 그칠 것이냐, 가난과 차별을 조장하는 잘못된 사회정치 구조에 대해 가톨릭교회가 강하게 대응하도록 이끌 것이냐도 신임 교황이 대답할 과제이다.

    신임 교황이 남아메리카 출신인 점도 크게 부각되었다. 언론들은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유럽에서 비유럽으로 옮겨지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것은 피상적이고 정치적인 관찰로 보인다. 교황이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해 온 지역의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황은 교황이 보여 줄 비전 및 지도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20세기에 민족국가와 교회들이 경험한 역사적 상황은 크게 3가지이다.

    1. 외적의 침입에 직면해 교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라를 지켜내려 한 경우. 우리도 일제강점기 초기에 교회가 구국항쟁의 선두에 서기도 했지만 불행히도 제국주의에 굴복했다.

    2. 파시즘이나 공산당 독재의 지배 아래 교회가 탄압 받고 민족 역시 고통을 당한 경험. 주로 유럽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나치즘·파시즘에 당하고 소련 공산침략에 무릎을 꿇은 경험이다. 우리 민족과 교회도 해방 이후 북쪽에서 이것을 경험했다.

    3. 파시즘과 공산당 독재는 피했지만 군부정권, 우파독재의 치하에서 민주주의와 평등, 자유의 가치가 훼손돼 고생한 경험. 이는 주로 아르헨티나, 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일부국가들이 해당된다. 우리도 이런 시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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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빈 - 맑은 비움, 그것은 해방이다

    통상 외적의 침입에 맞서 민족과 교회가 똘똘 뭉쳐 대항한 나라에서는 교회는 국민의 존경과 절대적인 신뢰를 누린다. 그 대신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기 쉽고 자기 개혁에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외세를 등에 업은 독재권력에 시달린 나라에서는 교회가 민중과 평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교회와 사회의 모순을 개혁하는데 적극적이다. 남아메리카 해방신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점에서 교황이 유럽 출신인지 비유럽 출신인지, 그리고 이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지는 중요하다.

    [BestNocut_R]한국 교회가 갈팡질팡하며 민족과 융합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이다. 외세의 침입 아래 교회가 민족과 함께 저항하는 듯 했으나 군국주의 일본에 굴복했고, 공산당에게 핍박당해 쫓겨났고, 군사독재에 순응하며 사회의 모순을 외면했던 경험이 오늘의 한국 교회를 이룬 토대인 것이다. 민족과 민중 편에 섰던 짧은 경험이 계승발전되지 못한 채 어두운 과거를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자본주의의 심화, 신자유주의의 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신임 교황의 인도에 따라 기독교의 무게중심은 더욱 가톨릭으로 기울고 개신교의 위축이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복음에 토대를 둔 뼈아픈 반성과 회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먼저 청빈을 실천하라. 맑은 비움 - 청빈은 그저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굳어버린 껍질을 깨고 본래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위선을 털고 죄와 욕심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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