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이 최고 3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하루에 800만원으로 계산된다.
최근 수년 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저하게 실적과 연계해 보수를 책정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주사 회장 연봉, 소문보다 훨씬 많아
지금껏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은 최고 15억원 가량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개별 금융지주사와 사업보고서 분석등을 통해 파악한 지주사 회장의 연봉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 체계는 `고정급여+단기 성과급+장기 성과급'의 구조로 짜여있다.
단기 성과급은 한해 경영실적을 따져 매해 지급하는 성과급을 말한다. 장기 성과급은 스톡그랜트(stock grant)로도 불리며, 재직 기간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퇴임 후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3년에 걸쳐 준다.
신한금융지주 한동우 회장의 경우 지난해 고정급여와 단기 성과급을 합쳐 14억3천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13억2천만원에 달하는 장기 성과급을 합치면 총 연봉은 30억원에 육박한다.
장기 성과급에는 전직 경영진의 몫도 포함돼 있지만, 그 부분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에게 총 43억6천만원의 보수를 책정했다. 고정급여 및 단기 성과급은 24억9천만원, 장기 성과급은 18억7천만원이었다.
1인 평균으로 따지면 21억8천만원이지만, 회장의 몫이 사장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장기 성과급은 주식 가치 변동 등을 고려해 퇴임 후 지급할 때 그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금융지주사들은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 최흥식 사장과 전직 경영진, 계열사 대표 등 임원 7인에게 지난해 29억원 가량의 고정급여와 단기 성과급을 지급했다. 전임 경영진은 지난해 3월 퇴임했고, 계열사 대표가 지주사에서 받는 급여는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은 김 회장과 최 사장에게 돌아갔다.
더구나 장기 성과급 9억1천만원이 책정됐고, 회장 보수가 사장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연봉도 다른 지주사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이팔성 회장에게 기본급여 6억원, 성과급 3억원 등 총 9억원을 지급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정부 소유 은행으로서 연봉을 높게 책정할 수 없었다.
◇ CEO로서 성과는 `미미'…"투명한 공개와 감시 필요"
금융지주사 회장의 연봉은 평범한 월급쟁이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이지만, 최근 수년 간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KB금융[105560]의 어윤대 회장은 우리금융[053000] 인수 실패에 이어 지난해 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서도 사외이사들과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실패하고 말았다. 올해 초에는 ISS 보고서 유출 사건까지 터져나왔다.
이팔성 회장은 우리금융 매각 실패는 물론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시장 진출과 매트릭스(계열사의 공통된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조직) 추진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은 신한사태 후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2011년을 정점으로 이익이 크게 줄고 주가 또한 많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다른 지주사 회장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막대한 연봉을 받으면서도 경영에 대한 책임은 거의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금융 관련 규제는 업권별 분리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대형 금융사고나 불완전 판매 등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자회사 대표가 질 뿐 지주사 회장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
회장 연봉의 불투명한 책정 과정과 정보 미공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보고서에 임원 보수를 뭉뚱그려 공시할 뿐 회장 연봉이 정확히 얼마인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성과급이 경영성과를 어떻게 정확히 반영했는지 그 근거를 명시하지 않아 연봉 수준의 정당성마저 평가할 수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세계적인 금융그룹 육성을 목표로 도입한 금융지주사들이 국내 영업에만 치중하고 예대마진 따먹기에만 골몰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결국 회장 연봉만 대폭 올려놓는 결과를 낳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면 회장 연봉도 그에 맞게 낮추는 것이 당연하다"며 "거액의 연봉을 받고자 한다면 그 책정 과정과 총액을 정확히 밝혀 주주들과 금융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