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들이 지난 1월 의약품을 식자재와 음료수로 속여 불법으로 반입하려다 파키스탄 세관 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스포크스맨’ 신문은 이달 12일 "북한 대사관이 현지에서 밀수 활동을 벌였다"면서 "파키스탄 세관 당국이 지난 1월15일 문제의 화물을 압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외교관들이 박테리아 감염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세픽심’를 식자재와 음료수로 속여 수입해 현지 제약 업체 등에 팔아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슬라마바드의 한 소식통은 12일 "북한 대사관이 몰래 들여오려고 한 '세픽심'의 무게가 7백kg으로 12만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말했다.
소식통은 또 "화물 수신인은 이슬라마바드의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는 김국평로 돼 있지만, 김 씨는 파키스탄 주재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이미 지난 2009년 북한으로 귀임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북한 대사관이 근무하지도 않는 직원 이름으로 면세신청을 한 뒤 배송물을 받으려고 한 것은 향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 대사관은 현재 김국평이라는 직원이 없다면서, 밀수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식통은 "앞서 북한 대사관이 이슬라마드 공항 부세관장에게 통관 편의를 봐달라는 편지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북한 대사관이 공관 운영비 등을 마련하려고 현지 제약회사와 결탁해 반입이 엄격히 제한된 의약품을 들여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외무부가 밀수 행위를 한 북한 대사관에 대해 아직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로서도 현지에 주재하지 않는 북한 외교관에게 면세허가를 내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점과 밀수에 연루된 특정인을 지목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자칫 북한과의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 등을 파키스탄 당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꼽았다.
한편 북한 외교관들은 앞서 올해 초에도 파키스탄의 최대도시 카라치에서도 주류밀매 활동을 벌이다 적발됐다.
카라치의 북한 무역참사부 주재원들이 외교관 특권을 이용해 술을 싼 값에 구입한 뒤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에게 팔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