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장남 재국씨가 오래전부터 국내 최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H갤러리 등을 통해 국내 유명화백 뿐아니라 중견 화가의 그림을 싹쓸이 하다시피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화랑 업계에서는 재국씨가 H갤러리 등을 통해 수집한 그림이 수천점에 이른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출판사 '시공사'를 운영하는 장남 재국씨가 국내 유명 작가뿐 아니라 중견 미술작가의 작품을 싹쓸이 하다시피 구입한 정황을 잡고 그림의 행방뿐만 아니라 구입 자금이 전두환씨의 비자금에서 나왔는지를 쫓고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압류.압수한 그림 100여점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화랑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재국씨는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국내 최대 화랑중 하나인 H갤러리 등을 통해 작품 수천점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국씨를 잘 아는 한 지인도 "(그가) 아주 유명한 작가의 것이 아니더라도 소장 가치가 큰 작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량의 미술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회계장부 등을 통해 자금원을 추적하고 있다.
H갤러리는 국내 1,2위를 다투는 대형 화랑이다. H갤러리는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기창, 이대원, 천경자, 김환기 등 국내 유명 화가들에 대한 '기획 전시전'을 꾸준히 열어왔다.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이대원 화백의 200호짜리(200×106㎝) 대형 그림이 압류됐는데 이 그림의 값은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전씨 일가 주택과 회사에서 발견된 100여점의 그림에는 박수근, 천경자 화백 등의 그림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재국씨는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화가 뿐아니라 나름 미술계에서 이름있는 중견 화가의 작품도 대량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는 박수근화집, 199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미술가 55명을 선정한 '아르비방'화집을 연속적으로 출간하면서 이들 작가의 작품을 대부분 소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비방 화집을 통해 소개된 대표적인 사람은 오원배, 이석주, 주태석 화가 등이다. 지금은 50~60대 중견화가로 한국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재국씨는 향후 가치가 높아질 미술품을 부친의 은닉재산을 동원해 싼 가격에 미리 구입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아르비방 작가들은 한창 주목받던 젊은 작가들이다"라며 "이들 작가들의 작품은 1호(우편엽서 크기)당 수십만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박수근 화백 관련한 서적을 대대적으로 출판한 적이 있다"며 "이를 통해 소장한 작품의 가치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금원과 상관없이 '가난한' 젋은 화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품을 구입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재국씨는 불상 등 불교작품과 고미술도 선호해 관련 작품을 다수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미술작품의 전체 규모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