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은행권의 성과 체계에 대해 전면 점검에 나섬으로써 은행원들의 억대 고액 연봉이 깎일 것으로 보인다.
적자 점포 폐쇄나 과잉 인력 정리도 추진돼 올 하반기 은행권에 대규모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 수익 급감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 수수료 현실화와 더불어 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전면적인 성과 체계 점검에 돌입했다.
최근 은행권 수익이 반 토막 나는 등 경영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는 점을 고려해 점포 정리를 통한 인원 감축, 인건비 효율화에 대한 압박의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은행 수익 반 토막 난 데는 은행들의 책임이 크다"면서 "건전성이 악화하는 시점이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합리화에 나설 필요가 절실해 적극적으로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들에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을 요구했으며 점포 정리나 임금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면서 "임금 문제는 감독당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지만 연봉 성과 체계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문제 적발시 임원의 연봉이 조정되고 일부 직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이런 방침은 은행들이 자체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고 원가분석을 핑계로 수수료를 올려 수익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은행권의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보다 52.6% 줄어든 1조6천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에는 STX[011810] 기업 회생 절차 신청 등으로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립 규모가 늘어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5천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6% 급감했을 정도다.
그러나 은행원의 평균 급여는 1억원 수준으로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업종보다 높은 편이다. 남자 직원을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평균 1억2천220만원, 하나은행이 1억400만원, 국민은행이 1억원, 신한은행이 9천500만원, 우리은행이 9천100만원 수준이다. 은행 지점장의 경우 고과가 좋으면 1억5천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 당국은 수익이 많을 때에는 성과급 잔치로 연봉을 크게 올리면서도 불황에는 연봉을 줄이지 않은 행태를 은행권이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은행 구성원들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원 규모는 2002년 11만8천650명에서 올해 3월에는 13만4천745명으로 거의 매년 늘고 있다.
올해 은행권 수익이 절반가량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성과급 축소와 기본급 일부 삭감을 통해 팀장이나 부장급 등 비노조원 5만8천여명을 중심으로 최대 10% 정도 연봉이 삭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급여의 30%, 김종준 하나은행장 등이 20%를 반납하는 등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은 대내외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임금 삭감에 동참한 상황이다.
적자 점포 정리와 인력 감축도 내달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에 4개 점포를 폐쇄하며, 상반기에 14개 점포를 통폐합한 신한은행도 점포 이전과 통폐합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HSBC은행은 개인금융 업무 폐지로 직원 244명에 대해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20개 점포의 통폐합을 준비 중이며 외환은행은 내달 초에 8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지속적으로 축소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선거 등으로 노조가 임금 감축에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은행 직원의 임금을 깎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은행권 연봉이 무조건 높다고 평가하면 안 되며 돈을 만지는 업종이라 리스크에 관한 것도 들어있다"면서 "대부분의 외국 금융기관도 임금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