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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연' 강남 포이동의 운명은?

박정희·전두환이 만든 현대판 '향소부곡'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4동의 대표적 판자촌인 재건마을에서는 작은 '충돌'이 있었다.

강남구청은 재건마을 주민들이 지어놓은 텃밭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구청이 운영하는 수목가식장을 주민들이 무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텃밭을 철거할 수 없다고 버티던 주민들은 결국 지난 21일까지 텃밭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주민들이 시유지에다 텃밭을 만들겠다고 '억지'를 부린 이유는 뭘까.

원래 텃밭자리는 지난 2011년 재건마을 화재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재건마을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포이동 협동조합 추진위원회 송모(65) 공동대표는 "나도 예전에는 텃밭 자리에서 살았다"며 "불이 나서 폐허가 된 마을 경계를 새로 정하면서 마을 규모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구청도 땅이 비어있는 동안 나무를 심어도 좋다고 했다"며 "지난해 봄부터 정원에 품을 팔러 갔던 사람들이 버려진 모종을 가져와 하나둘 심은 것 뿐인데 왜 잘못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텃밭이 시유지라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당장 그들이 사는 집부터 '불법'이기 때문이다. 송 씨는 "1979년 박정희 독재정권 정부는 일용직 노동이나 넝마주이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을 재건대로 모았다. 한동안 서울 서초동 정보사 뒷산에 강제수용 당했다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1년 한밤 중에 트럭에 실려 지금의 포이동 자리로 강제로 이주당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강남은 건물보다 원두막이 더 많고 포장된 도로보다 밭이 더 많은 농촌이었다. 버려진 연탄재로 진흙탕을 메우고 일용직 노동을 가서 받아온 시멘트를 발라 집을 지었다.

그렇게 정착한 주민들에게 정부는 1988년 정부는 재건대를 갑자기 해체하고 시유지를 불법점유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게 물리는 토지변상금은 하루하루 올라갔다. 화재 사건 이후로 변상금을 더 물리지 않고 있지만 보통 1가구에 2000여만 원씩 변상금이 잡혀있다. 조금이라도 재산이 등록된 집은 변상금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되지 않아 변상금이 2억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재건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강남구청, 서울시청 3자가 모여 지난 2012년 8월부터 14차에 걸쳐 '재건마을 개발 관련 TF 회의'를 진행해왔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갈등이 첨예한 상태다.

우선 강남구청은 재건마을 자리를 재개발하고 임대아파트 146단지 1779세대를 지을 계획을 밝히고 있다. 강남구청 김중철 주거정비팀장은 "근처에 임시이주용 임대아파트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기초생활수급세대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5만 원, 다른 주민들은 보증금 1500만 원에 월 임대료 10만~20만 원 수준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일부 주민들은 임대아파트 재개발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주하면서 마을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걱정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일단 집이 헐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철거 위협에 시달린 주민들로서는 한마디로 구청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임대아파트에 입주해도 2년마다 중간심사를 거치는데, 실제로는 혼자 사는 노인이라도 부양자로 자식이 등록돼 집이나 사업체가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퇴거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걱정이다.

물론 마을 주민들도 불안정한 주거 문제가 해결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주민들은 그 대안으로 협동조합 구성을 제시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땅을 일정 기간 임대하거나 매각하면 주택협동조합을 운영해 스스로 재개발하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이 입주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투기를 노리는 투기꾼이 끼어들 수 없다.

문제는 현행 '서울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조례에는 협동조합에 관한 조항이 없다는 것. 하지만 주민들은 해당 조례의 시행령에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등을 포함하면 가능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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