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불명이었던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한강 투신 사흘만에 변사체로 되돌아왔다. 고인의 죽음은 확실시됐지만 그가 어떤 의도로 투신을 했는지는 미궁에 빠져있다.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는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5일 성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성연대 부채 해결을 위해 1억 원을 빌려달라"고 호소하며 자살을 예고할 때만 해도 여론의 시선은 다소 냉랭했다. 성 대표의 투신 예고를 일종의 '퍼포먼스'로 봤기 때문.
실제로 성 대표는 같은 날 트위터에 "왜 다들 투신하면 제가 죽을 것이라 생각하느냐"며 "투신해도 전 거뜬히 살 자신있다"라고 말해 자살에 대한 우려를 덜었다. 뿐만 아니라 투신 예고 시간 이후, 남성연대에서 열리는 불고기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투신 당시에도 성 대표는 마포대교의 수위를 시시각각 체크했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수상안전강사의 지원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안전에 대비해 입수자세를 교육받기도 하고, 입수했을 때 불편한 양복 바지 하단을 묶는 끈을 준비하는 등 철저함을 보였다.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투신한 성 대표의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팔당댐 방류로 유속이 빠르고 물 색깔이 탁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맛비까지 내려 수색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마포대교로부터 14㎞가량 떨어진 김포대교 하류 심곡 수중보까지 수색 범위를 확대했지만 성 대표는 발견되지 않았다.
29일 오후 4시 10분경 서강대교 남단 고수부지에서 100m 쯤 떨어진 지점에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목격자가 발견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윤성호기자)
그러자 일각에서 성 대표의 투신 예고가 단순한 '퍼포먼스' 의미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투신을 예고할 때부터 '자살'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
앞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성 대표의 투신 예고를 접하고 성 대표에게 "정신보건센터 등의 자살방지 정신과 긴급 상담 진료 등 응급 의료대책"을 권했다. 또 그는 "공개한 이상 무시해선 안되겠죠. 생명은 소중합니다. 누구든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하며 성 대표의 예고에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표창원은 29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 등장해 성재기의 투신 예고를 분석하면서 "실제로 투신을 할 예정인데 그것이 투신으로 받아들여지면 못 하게 막을까 봐 막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표창원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걸 본인은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장마철 수량, 유속의 빠르기, 물의 불투명도 등을 감안했을 때 뛰어내릴 경우에 사망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었겠느냐에 대한 것은 회의적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성 대표는 남성연대 활동을 하며 2억 2천이라는 액수의 개인 채무를 가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 대표의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29일 자신의 트위에 "성재기 씨 개인적 자살과 남성단체의 공적 모금행사가 뒤섞인 투신 퍼포먼스가 이루어진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또 진 교수는 "'내가 잘못될 경우 누구를 후임으로 임명한다'는 말을 남긴 것은 죽음의 위험을 모르지 않았음을 의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자살?"이라는 글을 남겨 성 대표의 죽음이 단순 '퍼포먼스'가 아님을 시사했다.
'미필적 고의'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해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불시에 생을 마감한 성 대표의 죽음에 대한 공방은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