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은 중국을 응원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개최국 필리핀 농구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관중들에게는 이젠롄, 왕즈즈 등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거쳤거나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중국 선수들의 얼굴이 더 익숙했다. 한국은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끊밈없이 울려퍼지던 '짜요(중국어로 힘내라는 뜻)'가 코트에서 사라지고 관중들이 한국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 반전의 순간이 있었다.
김선형(SK)의 저돌적인 덩크 한방이 경기장의 기운을 반전시켰다.
1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회 한국과 중국의 대회 첫날 경기.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경기 초반 중국의 높이에 고전했지만 자유투와 외곽슛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2쿼터 종료 3분여까지 22-25로 근소하게 뒤진 채 시소게임을 펼치고 있었다.
2쿼터 종료 3분31초를 남겨두고 김선형은 코트를 들었다 놨다.
수비 코트 베이스라인에서 중국 선수의 공을 가로챈 김선형은 그대로 공격 코트를 향해 전진했다. 김선형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처음부터 패스나 다른 플레이를 생각하지 않은 듯 보였다. 전광석화같은 속도로 순식간에 중국 골밑까지 질주했다.
김선형은 먼저 점프했다. 뒤따라 오던 중국의 간판스타 이젠롄이 블록하기 위해 함께 떴다. 하지만 김선형은 주저없이 오른손을 뻗쳐 림 안으로 공을 꽂아넣었다. 이젠롄의 견제는 소용없었다.
그 순간 코트에서 이전까지 없었던 엄청난 환호가 터져나왔다. '짜요'를 외치던 중국 팬들은 일순간 침묵했다. 마치 한 차례 폭풍이 코트를 쓸고 지나간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