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아시아 무대 2인자를 자처하던 한국 남자농구는 2000년대 중반 들어 변방으로 물러났다. 가장 큰 이유는 '오일 머니'로 선수들을 귀화시켜 전력을 강화한 중동 국가들의 성장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있던 국가가 바로 레바논이다. 한국은 국제 무대에서 고비의 순간 레바논에게 발목이 잡힐 때가 많았다.
하지만 더 이상 레바논은 없다. 국제농구연맹(FIBA)이 레바논의 회원국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FIBA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레바논 농구협회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FIBA는 레바논의 정치 세력이 자국 경기 진행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FIB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농구협회가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않자 지난 11일 자로 징계가 확정됐다.
같은 이유로 레바논은 이달 초 대만에서 끝난 2013 윌리엄존스컵 대회 기간 도중 실격 처리됐다.
이로써 레바논은 오는 8월1일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2013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됐다.
진천선수촌에서 남자농구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유재학 감독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만에서 처음 소식을 들었고 오늘 확정됐다고 들었다"며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레바논이 8강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았던 팀은 맞다"고 말했다.
한국은 조 편성상 8강에서는 아시아의 2강이라 할 수 있는 이란, 중국과 만나지 않는다. 필리핀과 대만, 요르단 그리고 레바논이 4강으로 가는 관문에서 만날 후보 팀들이었다. 여기서 레바논이 빠진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은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의 예선을 겸하는 대회로 상위 3개국에게 출전 티켓이 돌아간다.
유재학 감독은 "만약 레바논에 218cm의 장신 귀화선수(로렌 우즈)가 없다면 크게 문제가 될 팀은 아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있으면 우리가 골밑에서 쉽게 버티질 못해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었다는 눈치다.
한편, FIBA 아시아는 "레바논을 대신해 대회에 나설 팀을 물색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찾지 못했다"며 큰 틀을 유지한 채 정상적으로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