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색했다. 외국 기자가 던진 황당한 질문 때문이다.
유재학 감독은 2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C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이란에게 65-76으로 패한 뒤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공식 기자회견에 임했다.
유재학 감독은 먼저 "전체적으로 밀리는 경기였다. 전반에는 여러가지 변칙 수비가 잘 통했는데 후반 시작을 잘못했다. 스타팅 멤버를 잘못 내보냈다. 선수들이 막판에 지쳤다"며 패인을 설명했다.
이어 한 외국 기자가 던진 질문에 유재학 감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막판에 벌어진 양팀의 신경전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도를 넘었다. "몸싸움과 신경전을 펼친 것도 전략이었나"고 물은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잠시 미간을 찌푸린 뒤 "그 질문은 지금 안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경기를 하다보면 몸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끝나고 선수들이 화해를 했다는 점이다. 그걸 준비해서 나오는 감독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주성과 이란의 루즈베 아르하반이 몸싸움을 벌이다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였고 4쿼터 종료 직전에는 조성민과 하메드 하다디가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란이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는 전제 하에 마치 한국이 의도적으로 몸싸움을 펼친 것 아니냐는 뜻의 질문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했다.
하지만 두팀 선수들은 경기 후 악수를 나누며 화해의 시간을 가졌다. 농구는 몸과 몸이 부딪히는 운동으로 유재학 감독의 말처럼 언제든지 과격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 코트에서 농구를 한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란의 베시로비치 감독 역시 "후반에 몸싸움이 있었는데 농구 경기에서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