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를 굳이 왜 취재하러 왔나?"
3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한국과 말레이시아전을 보기 위해 국내 취재진이 경기장에 입장하자 한 FIBA 관계자가 웃으며 던진 농담이다.
만약 말레이시아 관계자가 들었다면 큰 실례였겠지만 현실은 그렇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나라 가운데 최약체 중 하나다. 이란에 90점차 대패(25-115)를 당했고 중국에게도 91점차(22-113)로 크게 졌다.
이미 중국과 이란을 상대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반면, 앞선 2경기에서 대패를 당한 말레이시아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했다.
앞서 벌어진 이란과 중국전 때처럼 점수차가 크지 않았다. 1쿼터를 22-15로 마친 한국은 2쿼터 들어 점수차를 두자릿수로 벌리며 여유있게 앞서갔지만 4쿼터 초반 다시 8점차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팀의 전력차는 컸다.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80-58으로 완파했다. 이승준은 수차례 덩크를 터뜨리며 팀내 가장 많은 18점을 올렸고 이종현과 조성민은 각각 12, 11점씩을 보탰다.
점수차가 크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중국과 이란전에서 각각 안됐던 부분을 모두 확인했다. 오늘은 3쿼터까지 새로운 수비 전술을 시험하느라 스코어가 그랬다"며 점수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소득이 있었다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전반전이 끝나면 1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라커룸에 들어가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감독의 지시 사항을 듣는다.
그러나 대표팀은 전반전이 끝나고도 코트에 남았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했다. 작전 설명을 들은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선수들을 고르게 기용하며 조직력과 선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연습경기의 성격이 짙었다. 점수차가 좁혀져도 사실 경기의 긴장감은 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