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젠롄. (자료사진=KBL)
중국 남자농구가 A급 대표팀을 파견한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무려 38년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4강 무대 진출에 실패했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간판스타 이젠롄이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중국의 충격적인 조기 탈락을 막지 못했다.
중국은 9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의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대만에 78-96으로 패했다.
중국이 아시아선수권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지난 2007년 대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당시 대회는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을 겸한 대회로 이미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중국은 대표 2진을 파견했다. 예고된 탈락이었다.
중국은 2007년 대회를 제외하고 1975년 대회부터 늘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우승도 15회나 차지했다.
중국은 전반 한때 20점차 가까이 앞서가며 여유있게 승리하는 듯 보였다. 50-40으로 전반을 마친 중국에게 3쿼터는 악몽 그 자체였다. 대만은 외곽슛의 폭발에 힘입어 10분동안 31점을 몰아넣었고 중국의 득점을 12점으로 묶어 전세를 뒤집었다.
중국은 공수 양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젠롄이 3쿼터에서만 10점을 올렸지만 분위기를 바꾸기는 버거웠다.
이젠롄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대회 첫날 한국과의 경기에 출전한 뒤 4경기동안 벤치를 지키다 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코트를 밟아 경기 감각을 조율했다.
이젠롄은 8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이제부터 중요한 경기가 시작된다. 지난 2라운드는 우리 팀의 실수와 약점을 확인하고 보완할 기회였다"며 달라진 중국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만과의 라이벌전에서 달라진 중국은 없었다.
중국은 4쿼터 추격에 나섰지만 고비 때마다 터진 귀화 선수 퀸시 데이비스와 가드 린취체이의 득점포에 힘입어 반격했다.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점수차가 84-68, 16점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중국은 대회 첫날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졌다. 만리장성 몰락의 예고였다. 이후 약체 카자흐스탄과의 12강 리그 경기에서 예상 밖 접전을 벌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