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청사. (사진=송은석 기자/자료사진)
3000억원을 들여 최신식으로 지었다는 서울시 신청사가 이번 여름 '찜통' 건물이라는 오명을 하나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폭염과 전력 수급대란 속에 공공기관의 냉방기 가동 중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서울시 신청사는 그야말로 찜질방이 됐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9시 20분 신청사 2층.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실내 온도는 이미 30.5도.
모든 냉방기를 끈 데 이어 공기를 순환시키는 공조기까지 가동을 멈추면서 후텁지근한 공기가 주위에 가득하다.
컴퓨터와 복사기 등 사무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휴! 이 땀 좀 보세요. 너무 더워!"
"어제 오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그냥 짜증이 나더라구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야할지…"
"오늘과 내일만 버티면 되겠죠? 하지만 정말 힘드네요"
보안을 위해 굳게 닫아두었던 복도 출입문도 완전히 열어놨고 연신 부채질에 물수건까지 목에 걸어 봤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창문이라도 열어봤으면 좋으련만 신청사 건물에는 창문이 거의 없다.
여기에 남측 전면은 유리로 된 외벽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 창문을 열더라도 직접 바깥 바람을 쐘 수 있는게 아니다 보니 체감 더위는 더 큰 것 같다.
서울시는 당초 외부 유리벽을 설치함으로써 단열이 잘 돼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도 서울시는 신청사가 에너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중 특수유리로 된 막이 자외선을 차단하고 열 통과율을 낮춰 전기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적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의 경우 아침에 한번 난방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온도가 유지될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냉방기와 공조기 가동을 멈춘 '특수한' 상황에서 유리벽 외벽은 오히려 '온실' 이 돼 공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
급기야 참다 못한 일부 직원들은 1층 로비나 지하 시민청에서 잠시 열을 식히기도 한다.
서울시 신청사는 사실 최첨단에 친환경, 에너지효율 1등급의 건물이다.
지열과 태양열 등을 활용하고 열병합발전에서 나온 폐열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히 1층 로비와 지하 시민청, 도서관 등 시민에게 개방된 곳은 여름이면 냉각수를 이용해 냉방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