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경기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내년 재정이 어려워 5,300억 원의 예산을 줄여야 하므로 학생급식지원 460억 원과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지원 400억 원을 모두 잘라 내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재정난이 무상급식 때문이냐’, ‘나쁜 예산을 줄여야지 왜 착한 예산을 줄이냐’, ‘불요불급한 전시성 사업부터 잘라내야지 왜 보편적 복지 예산부터 잘라내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중이다.
경기도 나쁜 예산의 대표적인 예는 ‘경기국제보트쇼’일 것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예산 낭비하는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김문수 지사의 역점 사업이어서 50억 원에서 75억 원의 예산이 해마다 투입됐다. 찾는 사람이 적어 경기도 내 시군들이 공무원들을 버스에 태워 관람객으로 보내고 관람객 숫자를 억지로 늘려 발표하는 등 실적과시에 매달렸던 사업이다.
김문수 지사가 대권도전을 노려 쏟아 부은 경기도 예산은 얼마나 될까? 1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GTX(수도권급행철도) 사업은 표류하고 있고, 뉴타운 사업은 224개가 106개 반토막 나며 실패했다. 경인운하에는 하루 몇 척의 배가 오가며 관리비만 흘려보내고 있다.
오랜 논란을 거쳐 무상급식을 시행한 지 2년이 됐지만 논란의 불씨가 아직은 살아 있다. 최근 서울의 일부 보수성향 학부모단체 등이 학교급식운동단체와 서울친환경유통센터 간에 유착의혹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등은 급식재료 납품시장에서 기득권을 빼앗긴 사람들과 보수단체가 연합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고 있다.
◈ 착한 사업은 잘리고 나쁜 사업은 살다니 정치적.이념적 문제를 떠나 무상급식 예산이 모두 삭감되고 무상급식이 중단되면 우리는 학생.학부모에게 정말 잘 된 일이라며 축하인사를 건네야 하는 걸까? 인천지역 설문조사결과 학생은 71%, 학부모는 89%가 만족이상으로 응답하여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인천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지원단가를 2012년 급식비 2,140원보다 10%가 인상된 2,350원으로 올렸다.
서울 관악구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7.8%가 ‘친환경 급식 이후 급식의 맛과 품질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하남시에서 실시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만족도 조사결과에서도 80%가 급식의 질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전북 익산시는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예산이 2010년 45억6,700만 원에서 2012년 160억 원으로 대폭 증가돼 올해도 160억이 지원된다. 익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가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와 계약 재배, 학교별 발주 품목 배송, 검품검수 및 반품처리 등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우수농산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생산과 단체소비 결합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정착될 수 있는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살림 형편이 넉넉지 못한 가정으로서는 집에서 먹는 저녁도 학교급식처럼 친환경으로 바꿔주고 싶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밥상에 대해 돈 먹는 사업이라며 전시성 행사를 살리고 급식예산을 삭감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지는 행정이다.
더구나 정치논리를 끌어들여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흔든다면 곤란하다. 개인정보보호가 엄격해지며 학교 가정조사서에 부모 직업 주민번호 쓰는 것도 꺼리는 시대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급식비 지원을 받기 위해 보호자 가출 확인서, 신용불량자 확인서, 채권압류처분서를 가져다 내야하던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2년 전 무상급식이 결정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중국 네티즌들의 한국 무상급식에 대한 논평이었다,
- "대단하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다니...중국에서는 꿈도 못꿀 일, 한국이란 나라가 저런 곳이구나."
- "선진국은 이런 것인가? 한국 어린이들은 나라가 제공하는 먹을거리 먹고 애국심을 키우는데 중국은 뭐 해준 것도 없이 복종만 강요 하나."
- "우린 무상급식하면 더 위험해. 학교에서 독을 먹는 꼴이야."
- "저거 정말 무료인가요? 도대체 소학교 학비가 얼마길래 무상급식 합니까?"
- "중국에 과연 그런 날이 올까?"
- "불가능해. 중국은 곳간이 흘러 넘쳐도 가난한 어린 인민들에게 줄 양식은 매우 아까워하지. 세계 2등 경제력이면 뭐해 인민에게 돌아갈 몫은 없고 간부들이 중간에서 다 해쳐 먹는데."
- "중국은 민주국가가 되어야 만해. 그래야 정부가 인민 무서운 줄 알지. 지금 정치체계로는 실현불가능하다."
- "너 그러다가 끌려갈 수 있으니까 조심해."
◈ 친환경 무상급식은 신자유주의를 넘는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가장 위험한 문제가 공공성의 영역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정부부터가 수익을 위해 비즈니스 위주로 정책을 꾸려가기 시작하고 공공영역이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간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빌붙어 언론들도 공공성을 포기하고 탐욕스럽게 수익사업을 벌이고 수구적인 행태를 보인다. 심지어는 시민사회운동 영역까지 생존과 수익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특징이다.
{RELNEWS:right}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은 학교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가정과 시민사회, 생산자 농민과 유통기업이 하나로 엮여 사회의 공공성, 지역공동체를 다시 일구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그래서 그저 아이들의 먹을거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경제질서를 일으키는 혁신과 관련되어 있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기득권이 생겨나고 부패하면서 시장은 난폭하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에게 상한 음식, 저급한 먹을거리들을 먹이는 것도 난폭함이다. 이렇게 무너져가는 공공의 가치, 공적 질서를 되살리는 실험이자 훈련으로서 친환경 무상급식의 잠재적 가치는 지대하다. 이것을 포기하고 무너뜨려서는 곤란하다.
이 가치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권에 도전하고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을 맡아 아이들 급식을 가위질 한다면 참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