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전 수사과장. (황진환 기자)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 과정을 통해 포털 검색 순위를 평정하면서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열기는 국회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권은희 과장을 소재로 한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앞 다퉈 내는가 하면 일부 국회의원들이 권 과장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19일 청문회에서 절제되면서도 소신있는 발언으로 국회의원 18명의 신문을 침착하게 소화하던 권 과장을 향해 ‘광주의 경찰’ 운운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발언이 권 과장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불쏘시개로 작용했다.
우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20일 “야만적 폭력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전날 조 의원의 행태를 맹비난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그 말을 듣고 절망했을 우리 국민들에게 사과하라. 그래야 주체사상을 어디까지 공부했느냐는 치졸한 질문 같은 거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쏘아부쳤다.
박 대변인의 브리핑이 끝나자 이번에는 광주, 전남, 전북의 민주당 국회의원 28명이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3만 경찰공무원의 명예를 짓밟았으며, 광주시민들의 마음 속 상처를 다시금 터트리고 말았다”면서 “국정조사는 증인의 출신지와 사상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역시 조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개인성명을 통해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안 의원은 “이 발언은 명백하게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권 증인의 발언에 지역주의 색깔을 칠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한민국 경찰 전체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다. 국정조사 본질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며 “국가정보기관의 민주주의 침해와 국기문란 사건을 조사하는 청문회장에서 이처럼 후진적 발언이 나온 것을 국민은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조명철 때리기'로 비춰지지만 내용상으로는 '권은희 구하기'로 읽히는 장면들이다.
오후가 되자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들이 차례로 정론관의 마이크 바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조명철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
김태흠 원내 대변인은 “조명철 의원은 평양 출신의 유일한 탈북자 국회의원이라 지역감정이라는 개념에도 익숙하지 않다”며 “그런 조 의원이 우리 정치의 구태인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발언한 것인데, 민주당은 탈북민인 조명철 의원을 희생양 삼아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