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금까지 2차례에 걸친 증인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이 앞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 까닭에 처벌은 불가능하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출석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 대한 '압력 행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직원들이 밤까지 새며 고생한 권 과장을 격려해주라고 해서 지난해 12월12일 격려전화를 했다. 그야말로 격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19일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 과장은 "김용판 서울청장이 직접 전화를 했고,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김 전 청장의 진술은)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다. 이게 진실이라면 김 전 청장은 국회에서 위증한 셈이다.
하지만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했던 김 전 청장은 처벌되지 않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선서 거부자의 위증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위증죄는 증인의 거짓말을 처벌하는 것이고, 증인의 지위는 선서를 해야 발생한다"며 "김 전 청장이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위증을 했어도 처벌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47년 전 국회는 지금과 달랐다. 재판을 빌미로 선서를 거부했던 증인들을 상대로 여야가 합심해 선서를 받고 진술을 청취했다.
'삼성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진 1966년 10월,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섰다. 삼성 계열사인 한국비료의 이창희 당시 상무와 이모 전 상무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이들은 "재판을 앞둔 피고"라며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원세훈·김용판 증인과 똑같은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