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철회로 결론난 서울대학교 성악과 교수 공채의 이면에는 뿌리깊은 '자기 제자 챙기기' 관행이 있던 것으로 CBS 취재 결과 드러났다.
기존 교수들이 '3배수 추천' 규정을 어기는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학위 논란이 불가피한 특정 후보를 관철시키려 한 데에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었다는 얘기다.
음악학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그 속사정의 중심에 저명한 성악가이기도 한 원로교수 A 씨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서울대 성악과 교수 공채에 지원하기 위해 원로교수 A 씨를 찾아간 제자들이 '이번엔 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는 얘기를 A 씨로부터 들었다"고 공통으로 증언했다.
심지어 몇몇 제자들에게는 아예 "이번 공채에 지원하지 말라"고 종용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 씨의 제자들마저 이번 공채 과정에 불만을 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천서를 받은 후보의 면면이 드러나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학위 논란이 있는 사람을 꼭 이번에 추천해야 했느냐"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번 공채 과정에는 또 현직 서울대 교수이자 A 씨의 제자인 B 교수도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던 B 교수는 공채가 진행중인 상황임에도 물밑에서 특정 후보를 옹호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교수는 국내외 서울대 음대 동문들을 비롯한 특정 다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규정과 절차상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며 동조를 요청했다.
국내 음악학계 원로와 교수 150여 명이 특정후보의 학위 적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울대 측에 탄원을 내자 맞불을 지핀 것이다.
퇴직을 앞둔 성악과 C 교수도 이런 움직임에 깊숙이 관여했다. 음대 인사위원이기도 한 C 교수 역시 B 교수의 서명 활동에 적극 가담하면서, 사실상 특정후보 채용을 관철시키려는 요지의 이메일을 대량 발송했다.
이와 관련, B 교수는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성악인들 백수십 명이 학교에 의견서를 냈다고 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입증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스승 A 씨의 특정후보 추천에 대해서도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추천한다면 이미 그 자체로 추천서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CBS는 C 교수의 입장도 듣기 위해 수십 차례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화기를 꺼놓거나 받지 않아 답변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공채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B 교수나 C 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서울대는 결격사유가 명백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