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비트 제공)
서울대학교가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진 성악과 교수 공채를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절차에 문제가 없다"며 채용을 강행하려다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전면 보류를 선언한 것. 사실상의 철회로, CBS노컷뉴스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지 한 달여만의 결정이다.
서울대 교무처 고위 관계자는 13일 성악과 교수 채용 안건에 대해 "8월말까지 인사위원회에 상정될 계획은 없다"며 "8월중 상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채용이 무산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지난 4월 시작된 성악과 교수 공채는 1차 심사에서 지원자 7명 중 6명을 '부적격'으로 무더기 탈락시킨 것도 모자라, 실기 평가에서 6명 중 과반인 4명의 교수가 특정 후보에게 100점 만점을 몰아주면서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관련 기사
특히 음대 교수들이 단독 후보 A씨의 미국 아카데미 수료증을 박사학위로 인정하면서, 음악학계 원로와 현직 교수 150여 명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비판에 직면한 서울대는 CBS노컷뉴스 보도 직후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1개월여 심사를 진행한 끝에 이번 공채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서울대 측은 내부 심사를 진행하면서 임용할 수 없는 '명백한 하자'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채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일정 요건을 갖췄어야 했는데 이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서울대 측은 A씨의 '개인적인 문제'임을 들어 철회 사유는 공개하길 꺼리고 있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임용서류에 하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만 거듭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문제여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측은 이번과 같은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 삼지 않으면, 향후 공채 때마다 비슷한 구설수로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서울대 음악대학은 내년까지 성악과에서만 4명의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2명의 교수가 명예퇴직했고, 내년 초에 1명의 교수가 더 명예퇴직할 예정이다.
서울대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성악과 교수 채용은 무산됐지만, 내년까지 성악과에서만 총 4명의 교수를 임용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그냥 놔두면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채 보류로 그간의 논란은 일단 가라앉게 됐지만, 1차 심사에서 규정과 어긋나게 무더기 탈락한 다른 지원자들의 억울함은 미결 과제로 남아 향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탈락한 지원자들이 감사원과 교육부에 감사청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그동안 대학 측이 지원자들의 문제 제기를 '패배한 자들의 불만'으로 치부해온 것에 대해서도 명예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이번 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서울대 내부 심사 중이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난 이후에는 감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담당 부서인 교육부로 이관하긴 했지만, 교육부가 석연치 않은 결과를 내놓을 경우 재조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정치권도 이번 건의 최종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이번 교수 채용 논란은 서울대 법인화의 폐해"라며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 강조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교육부에 철저한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국립인 서울대에서 교수 채용 과정에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건 문제"라며 "국회 제보는 물론, 감사원과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감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