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부재 속,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200회를 맞는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가수 유희열은 2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스케치북' 2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치북' 같은 프로그램이 클래식 같이 남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간절한 바람을 밝힌 이유는 심야 음악프로그램이 직면한 생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스케치북'은 뮤지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유희열의 유쾌한 토크로 단단한 고정팬을 갖고 있다. 실력파 세션의 연주로 가수들도 서고 싶어 하는 무대로 꼽힌다.
하지만 시청률은 3% 안팎으로 고전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그동안 MBC '음악여행 라라라', SBS '이효리 정재형의 유앤아이' 등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줄줄이 폐지됐다. 지금은 지상파에서 음악과 토크가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스케치북'이 유일하다.
유희열은 "오디션이나 순위, 경쟁이 있는 음악 프로그램만 살아남았다"며 "가수들이 나와서 음악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스케치북'이 유일하다"고 프로그램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과거 토이로 활동할 때에도 TV 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이문세 씨, 이소라 씨, 윤도현 씨가 진행했던 프로그램에는 출연했다. 제가 진행하지 않더라도 '스케치북'이 그런 프로그램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때문에 200회를 맞이하는 소회도 남달랐다. 유희열은 "200회라는 숫자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몰랐지만, 빨리 바뀌는 세상 속에서 무엇인가 살아남고 낮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한 것임을 세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나온 시간 동안 달라진 가요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스케치북'도 변화에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희열은 "과거엔 음반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달라졌다"며 "이전부터 '스케치북'을 지켜봤던 팬들은 아이돌이 출연하는 것에 지적하기도 하지만, 아이돌이 나와 기계적이지 않은 음악을 보여주는데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