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다 되도록 공기업 임원 인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철도사업과 농어촌 정비, 물관리 사업 등 주요 국가 사업이 동력을 잃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의 하반기 승진 인사도 늦어지고 있다.
총리실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등 이른바 정부 빅3 부처가 조직을 정비하면서 남는 인력의 자리 배치를 놓고, 힘없는 부처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 빅3 부처 출신…낙하산 자리 요구국토교통부는 새만금개발청을 새로 신설하고 오는 9월12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지만 조직과 인력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총리실과 기재부, 안행부가 새만금개발청의 국장과 과장, 사무관 등 10여명의 자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하반기에 고위공무원단(2급 이상) 자체 승진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이들 빅3 부처와 인사교류 협의가 지연되면서 한 달 가까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토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총리실과 기재부, 안행부가 노골적으로 자리를 요구해서 자체 인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들 빅3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기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자리다툼…5년마다 되풀이 정부 부처 내에는 갑.을 관계가 엄연히 존재한다.
총리실은 그렇다 치고,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와 조직을 관리하는 안정행정부는 슈퍼 갑으로 통한다.
이들 부처에 잘못 보였다가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수부의 한 간부 공무원은 “이들 빅3 부처가 정권 중반기 이후에 조직을 확대한 뒤, 다음 정권 초기에는 조직을 축소하는 잘못된 행태를 5년마다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빅3 부처가 조직을 축소하면서 남는 인력은 국토부와 농식품부, 여성부 등 이른바 힘 없는 부처에 낙하산 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안전행정부는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20여명 안팎의 소속 간부 공무원들을 다른 부처에 전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부처 서열주의…부처 칸막이 보다 더 위험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칸막이를 없애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부처 이기주의, 서열주의가 존재하는 한 칸막이 철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빅3 부처 출신 간부 공무원들이 일반 부처에 배치되는 순간 장막이 쳐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