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간 '정치가 실종됐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소통에 소극적이고, 정국을 이끌 집권여당은 청와대에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난맥상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1일 "정치로 풀어야 될 문제들이 풀리지 않으니까 한쪽에서는 장외투쟁에 나서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라며 "여당이 청와대에 할 말을 못하고,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적으로 'NLL대화록' 공개 파동만 봐도 여당 내에서 반대여론이 들끓었지만, 청와대 눈치 보느라 아무도 말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조직법 처리 협상, 장관 등에 대한 인사, 세제 개편안 문제를 비롯한 정치현안을 놓고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뒤치다꺼리나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소통'을 거쳐 당이 주도한다기 보다 청와대의 '하명'을 이행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세제 개편안의 '원점 재검토'도 당에 사전 정보제공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치 문외한'인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의 발탁에 대해서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소통 의사 없음'의 신호로 읽고 있다.
수직적 당청관계 문제는 이전 정부 때도 제기돼왔던 문제지만 현 정부는 훨씬 심각하다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 때 '민본21'을 비롯한 여당 초선의원들은 청와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의 초선의원들의 집단적 활동은 정부조직법 통과 촉구나 귀태발언 사과 요구 등 대야 공세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경색된 여야 관계는 야당에 장외투쟁의 빌미를 주는 동시에 여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청와대와 여당에 끌려다니며 6개월 동안 존재감이 거의 없었는데 장외로 나가면서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우리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정부·여당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 때문에 야당으로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6개월이었다. 오히려 장외로 나가니 존재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한듯 새누리당 내에서는 청와대의 대야관계 개선 노력과 여당의 정국 주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집권여당의 존재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야당을 끌어당겨 현안을 푸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확실한데, 이를 보완해야 할 여당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정치권을 계속 혼내기만 하는데, 본인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란 점에서 이런 상황은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현재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 된 상황"이라며 "청와대는 예전처럼 오더(지시) 내리면 국회에서 다 처리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풀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