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 선발 투수가 나온 것은 2005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로저 클레멘스는 13승8패,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했다. 최근 20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선수는 단 4명(클레멘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그렉 매덕스, 케빈 브라운)에 불과하다. 그만큼 1점대 평균자책점이 어렵다는 의미다.
2013년 무려 8년 만에, 1점대 평균자책점에 도전장을 던진 선수가 나왔다. 바로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13승째를 챙겼다. 시즌 초만 해도 승운이 없었던 커쇼였지만 최근 10경기에서 단 11점만 내주는 눈부신 투구와 함께 승수 쌓기에 돌입했다.
특히 커쇼는 8이닝 무실점과 함께 평균자책점을 1.72로 끌어내렸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로,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의 가장 좋은 기록인 1.73보다 낮다. 커쇼는 이미 2011년 2.28, 2012년 2.53의 평균자책점으로 타이틀을 따낸 바 있다.
초반에는 패스트볼이 흔들렸다. 덕분에 최근 두 달 동안 가장 많은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게다가 선두 타자에게 내준 볼넷이 2개였다. 하지만 커쇼는 병살타만 3개를 솎아내면서 위기를 차분히 넘겼다. 3개의 병살타 모두 핸리 라미레스를 대신해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닉 푼토에게서 시작됐다.
커쇼는 "운이 좋아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1~2회는 끔찍했다. 패스트볼 제구가 되지 않았다"면서 "운 좋게 더블 플레이가 연거푸 나왔고, 이후에는 충분히 좋은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마운드 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에이스였다.
커쇼는 0-0으로 팽팽하던 4회초 2사 만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려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3타석은 힘 없이 물러났지만 시즌 타율 2할3푼1리의 수준급 타자다. 최근 3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다저스는 커쇼의 호투 속에 마이애미를 6-0으로 완파했다. 동부 원정 7연전을 5승2패로 마친 다저스는 75승52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격차를 무려 9.5경기로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