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 아니 6개월은 정말 중요하다.
새 정부가 시작하고 가장 힘있을 때가 집권초반 6개월인데 박근혜 정부의 첫 학기 성적표는 미흡하기 그지없다.
언론들이 하나같이 인사문제의 실패를 꼬집었고 실제 박근혜 정부로서도 뒤를 돌아보기 끔찍할 정도로 큰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장 사퇴파동으로 박근혜식 인사의 문제는 진행형이다.
양 건 전 감사원장의 퇴임사 대목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이 있다.
"재임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는 부분이다.
그는 정작 안팎의 역류와 외풍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분명히 외압부분은 인정했고 이제 그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전직 감사원장은 청와대를 향해 직격타를 날리고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청와대는 무관하다"며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한쪽은 외풍이 있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한다.
인사논란에 크게 부담을 느낀 문제의 장 훈 교수도 감사위원으로 가지 않겠다며 고사의 뜻을 분명히 했지만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가 인사를 밀어붙일 지는 미지수다.
◈ 반발까지 일으킨 공기업 평가, 인사는..이제 집권 6개월을 넘어선 박근혜 대통령은 또 다른 인사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인사는 타이밍'이라고 할 정도로 적시에 단행했을 때 효과를 기할 수 있는데 실기하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필두로 대대적인 인사 예상은 기대로 그치고 있다.
공기업 인사는 평가를 모두 끝낸 지 오랜데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석유관리원, 한국로봇진흥원 등 6곳은 현재 사장이 공석이다.
올해 임기가 종료됐거나 만료 예정인 기관장 6명,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아 사퇴가 예정된 대한석탄공사까지 포함하면 기관장 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곳은 무려 13곳에 달한다.
특히 공공기관평가에서 최하위 등급 바로 위인 D등급을 받은 산업기술시험원(KTL)의 평가에 대한 반발은 초유의 사태로 주목을 끌었다.
결국 평가 이후 곧바로 단행해야 할 인사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공기업 인사를 앞두고 오래전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이른바 대선때의 '개국공신'들도 이제는 힘이 빠질 대로 빠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 자신은 귀가 커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듣겠다고 했다.
실제 6개월동안 비서실등으로부터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른바 '秘線(비선,어떤 인물이나 단체와 몰래 관계를 맺고 있음,)조직'이 생겨 '그거 다 아는 얘기, 다른 것 없느냐'하며 멀리하면서 실정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박 대통령은 인사에 있어 지금부터라도 귀를 열고 소통해야 한다.
감사원장 파문을 호미로 막을 수 있는데 가래로 막아야 하는 우는 피해야 한다.
감사원장의 사퇴가 "이이제이(以夷制夷)후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고 한 어느 야당 중진인사의 말이 분명코 사실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의 감사원장 인사부터 공기업 인사까지 뭔가 분명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박 대통령이 대답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