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지영 감독(제작자)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서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죠.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한지 이틀 만에 메가박스로부터 상영중단 통보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영화관측에서는 ‘보수단체의 항의 때문에 관객들이 위험할까봐 그랬다’는데, 영화인들은 영 믿기가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어제는 진보․보수를 떠나서 영화계 전체가 반발성명까지 발표를 했는데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 당사자인 정지영 감독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죠.
◇ 김현정>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드리기가 좀 뭣하네요.
◆ 정지영> 뭐, (웃음) 괜찮습니다.
◇ 김현정> 전체 33개 개봉관 중에 몇 개에서 상영이 중지된 건가요?
◆ 정지영> 메가박스에서는 22개관에서 했거든요. 그래서 22개관이 이제 간판을 내린 것이고. 지금 서울에서 4개관, 전북에서 6개관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10개 남아있는 거군요. 근데 거기는 다 조그만 독립 영화관 같은 것들이고, 이제 그런 것 빼고서 메가박스 같은 커다란 멀티플렉스에서는 다 내려간 거예요?
◆ 정지영> 네.
◇ 김현정> 근데 좀 확인을 할 것이 지난번에 유족들이 ‘영화의 내용이 명예훼손이 심하다’ 해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낸 적 있지 않습니까?
◆ 정지영> 네. 그렇죠.
◇ 김현정> 그것은 기각이 된 거죠?
◆ 정지영> 네. 재판부에서는 ‘이의 없다’ 라고 기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법원에서는 괜찮다, 영화 열어도 된다, 이렇게 얘기를 한 거네요?
◆ 정지영> 그렇죠.
◇ 김현정> 법원의 판단은 끝난 건데, 영화관측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온 겁니까?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사정이?
◆ 정지영> 영화관 측에서는 발표를 저희와 협의 하에, 배급사와 협의 하에 간판을 내렸다고 하는데요. 그들이 협의라고 얘기하는 것은 ‘사정이 이러하니 간판을 내리겠습니다.’ 라고 통보를 받은 거죠, 우리는.
◇ 김현정> 협의가 아니었다, 합의한 적 없다?
◆ 정지영> 네. 그들은 우리에게 통보를 했을 뿐이죠.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간판을 내려야 되겠습니다. 제발 좀 봐주십시오.’ 하고 간판을 내린 거예요. 우리한테 협의를 한 게 아니고 통보를 한 거지. 이게 어떻게 협의입니까?
◇ 김현정> 내리겠습니다, 라고 얘기했을 때 거기에 대해서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셨어요?
◆ 정지영> 이제 우리는 직접 배급 노하우가 없으니까, 배급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중간에서 중재를 했단 말이죠. 그 사람한테 이제 통보를 한 거죠. 우리는 그 사람한테 ‘간판을 내리겠답니다.’ 그랬고, 이미 환불조치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끝난 거죠.
정지영 감독 (자료사진)
◇ 김현정> 그런데 극장 측에서는 ‘보수단체의 항의가 심했다. 그래서 시위 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관객들 신변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거다.’ 이렇게 말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정지영> 극장 측의 말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게 아니고요. 저희들이 이해 못하는 것은 보수단체의 항의가 있으면 당연히 경찰에 보호요청을 하는 게 기본 상식이잖아요. 간판을 내리는 건 ‘어디서 항의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장사를 그만하겠다. 돈을 안 벌겠다.’ 라는 뜻이잖아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 김현정> 그럼 ‘그 보수단체는 어떤 단체냐?’ 이렇게도 물어보셨어요?
◆ 정지영> 이미 결정을 내리고 환불조치에 들어간 다음이라 우리는 조치를 취할 일이 없었죠.
◇ 김현정> 진짜로 너무 위험해보여서 급하게 내린 건 아닐까요?
◆ 정지영> 저는 상식적으로 그렇게 이해 할 수 없는 게 그들이 하는 변명들을 보면, ‘전주 어느 극장에서 어떤 사람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극장에 항의를 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전화로 ‘우리가 가만히 안 있겠다.’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어디에 폭탄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라고 하기 전까지는, 그것 때문에 간판 내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 김현정> 말하자면 극장은 이윤을 최대 목표로 하는 사기업인데, 그런 것 때문에 극장 간판을 내리는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씀이군요. 항의 정도로 이렇게 할 건 아니다.
◆ 정지영> 그렇다면 당연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죠.
◇ 김현정> 그 단체, 그 보수 항의자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고요?
◆ 정지영> 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극장 간판을 내린 다음에라도 수사기관에 이 사람 잡아 달라, 의뢰를 해야죠. 그것도 안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러면 정말 신변안전이 우려될 만큼 어떤 강한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의심이 드는 건가요?
◆ 정지영> 제가 그렇게 단정은 못하겠는데. 아무튼 극장 측에서 발표한 것을 그대로 놓고 보면 지금이라도 그 사람을 수사의뢰해서, 업무방해로 수사요청을 하라는 거죠. 그렇잖아요. 돈을 벌려고 했는데 돈을 못 벌었으니까 업무방해죄로 그 사람을 넣어야 될 것 아닙니까, 누군지.
◇ 김현정> 상영을 시작한 영화를 이렇게 내리는 경우, 종종 있었습니까?
◆ 정지영> 한국에서는 최초고요. (웃음) 세계에서는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중단이 되는 것이 한국에서는 최초인가요?
◆ 정지영> 영화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 김현정> 예전 유신시절이나 이런 때에도 없었어요?
◆ 정지영> 일단 영화 간판이 올라가면 그것은 모든 검열.. 예전은 검열시대였잖아요. 검열도 통과하고 모든 것을 통과한 거죠. 일제시대 때는 ‘임검석‘ 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극장 안에 경찰들이 들어와 가지고 중간에 어떤 장면에서 관객들이 흥분하거나 이러면 영화 상영을 중단한 적이 있답니다.
◇ 김현정> 그 이후로는 처음인가요?
◆ 정지영> 네. (웃음) 또 심의과정에서, 말하자면 ‘이건 상영 못한다. 어디어디를 잘라내야만 된다.’ 이런 건 있었죠.
◇ 김현정> 하지만 심의를 다 통과한 영화가, 법원에서도 괜찮다고 한 영화가 내려지는 건 처음이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정지영> 그렇죠.
◇ 김현정> 영화계 초유의 상황에서 어제 영화인들이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진보․보수할 것 없이 다 모여서 일제히 비판했는데, 어떤 점을 그렇게 우려하시는 겁니까?
◆ 정지영> 그것이 어떤 사정이든 극장에서 일방적으로 영화 상영을 중단한다는 것은 영화 산업계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영화산업계가 이렇게 허약하면 앞으로 어떻게 무슨 영화를 찍고 어떻게 개봉을 하고 배급을 합니까? 그렇지 않나요? 이런 문제를 영화계 전체는 염려할 수밖에 없고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라. 이것은 비단 극장뿐만 아니라 담당주무처인 문화관광부도 책임을 져야 된다, 이런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상영하겠습니까?
◇ 김현정> 결국은 표현의 자유가 염려된다, 이런 말씀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