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로, 엄마로 물처럼 흔적도 없이 섞여 살다가 이제 '엄지미'라는 내 인생에 대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사고하게 됐다"
지난달말 CJ의 리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한 엄지미(40)씨.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엄씨는 임신을 위해 직장생활을 그만둔지 십년 만에 정식으로 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엄씨는 5, 6년전 프리랜서로 무역회사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잠시 근무했지만 처우가 좋지 않아 계속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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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씨는 "처우는 열악하고 근무시간은 고무줄이라 육아와 병행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시간 여유가 생긴 엄씨는 영어학원 등을 다니며 자기계발을 꾸준히 했지만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무언가를 배우며 준비하는 자기계발이 합리적 소비이긴 하지만 생산적인 활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의 소비자모니터 패널인 톡톡주부연구원을 하며 경력을 조금씩 쌓았지만 다시 취업문을 두드리기는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 7월 CJ의 리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무려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엄씨는 "패널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회사가 있는지 왜 몰랐을까? 이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이렇게 이뤄지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엄씨는 딸아이를 등교시키고 오전 10시 출근해 4시간 근무를 마친 뒤 오후 3시 퇴근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 육아와 집안 살림을 같이 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는 반응이다.
CJ 리턴십 프로그램은 결혼·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의 성공적 재취업을 돕고자 마련된 맞춤형 인턴 제도로, 최근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시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재취업 프로그램에 나서고 있다.{RELNEWS:right}
스타벅스도 최근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퇴사한 전직 점장, 부점장 출신 여성 인력 100여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부터 재취업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박찬희 홍보팀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워킹맘 인재들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고, 육아와 병행하며 경력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취업 프로그램은 여성형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해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