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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재개봉 봇물…"영화 편식 심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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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명화 재개봉 봇물…"영화 편식 심화 우려도"

    검증된 작품성·흥행성에 화질 개선 마니아·젋은층 흡수…"말랑말랑한 작품 위주 소비 편향"

     

    필름으로 소개됐던 옛 작품을 디지털화해 화질 등을 개선한 리마스터링 영화들이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재개봉하고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이 일본 영화가 올 2월 전국 20개 상영관에서 재개봉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러브레터의 수입사 조이앤컨텐츠그룹의 윤수비 대리는 "러브레터는 아직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추억의 영화로 재개봉 당시 중간 점검을 할 때마다 매진행렬이 이어졌다"며 "기존 마니아층에다 매체 등을 통해 이 영화를 알게 된 20대 관객들이 몰리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조이앤컨텐츠그룹은 러브레터의 성공 이후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1998), 뤽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1988), 이소룡의 '정무문'(1972)을 차례로 재개봉했고, 올해 안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2'(1991), '러브 액츄얼리'(2003)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윤 대리는 "판권이 만료된 영화들을 구입해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게 되는데, 최신작들과 비교해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는데다 이미 작품성과 흥행성이 입증된 작품들이어서 재개봉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6일 다시 개봉하는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천국'(1988)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한 경우다.
     
    이 작품을 수입한 그린나래의 유현택 팀장은 "해외와 달리 재개봉한 명작에 대한 수요를 확신할 수 없어 시네마천국을 두고 고민하던 사이 러브레터의 성공에서 가능성을 보고 재개봉을 결정했다"며 "관객들이 시네마천국을 '내 인생의 영화' 등으로 뜻깊게 여기는 만큼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가능하면 올해 안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테스'(1979)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시네마천국은 러브레터에 이어 멀티플렉스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유 팀장은 "전국 CGV 스크린 30~40곳에서 상영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고, 2주가량 단독 개봉한 뒤 예술영화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멀티플렉스 등을 끼고 개봉을 하면 초기에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만큼 득이 크다"고 말했다.

     

    ◈"영화의 사회·문화적 의미 고민할 때"

    우리나라 재개봉 영화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술영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영화사 백두대간의 최낙용 부사장은 "1994년 백두대간이 출범할 당시 개봉했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1986)은 동숭아트홀 한 곳에서 개봉해 관객 4만~5만 명을 동원했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일 것"이라며 "당시 정치 문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말해 주는 것으로, 복제 비디오를 보면서 예술영화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던 이들이 제대로 된 명작을 극장에서 필름으로 본 첫 시도라 해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충분한 인문학적 토대가 만들어지면서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이 들끓고 문화적 목마름이 극에 달했던 1990년대에 예술영화들은 이러한 욕구를 풀 수 있는 분출구였다는 것이 최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렇게 20여 년이 흐른 지금 리마스터링 영화 붐이 이는 것을 보는 최 부사장에게는 아쉬움이 크다.

    2000년대 들어 영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걸작들, 미학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풀어낸 영화들을 관객이 외면하면서 재개봉하는 영화들도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는 '말랑말랑'한 것들이 주를 이루는 까닭이다.
     
    최 부사장은 "최근의 리마스터링 영화들은 7080 등으로 표현되는 세대가 가까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누구에게나 부담없는 연성화된 소재의 작품 위주로 소비되고 있다"며 "사회는 물론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외면받으면서 다양성 영화 안에서 다시 한 번 다양성 영화가 편중화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백두대간이 올 들어 거장 잉마르 베리만(1918-2007) 감독의 작품인 '모니카와의 여름'(1953), '산딸기'(1957), '페르소나'(1966) 등을 리마스터링해 잇따라 소개하는 것도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사유의 영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란다.
     
    최 부사장은 "예전에 베리만 감독의 작품들을 열정적으로 봤던 이들조차 지금은 그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영화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예술영화를 접하면서 영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문제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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