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3명이 노구를 이끌고 자신들이 겪은 참상을 직접 증언하겠다는 의지로 일본을 방문한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6)·강일출(85)·박옥선(89) 할머니는 22일 오전 9시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편을 이용,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출국했다.
할머니들은 22∼25일 도쿄, 26∼29일 교토에서 기자회견, 일본청년관 증언회, 신일본부인회 중앙본부 방문, 일본 참의원 교류회, 교토공과대학 집회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을 증언한다.
이번 방문 기간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적이 없는 도쿄에서 지방의회의 결의안 채택도 촉구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이 고령과 지병에도 일본 방문길에 나선 것은 양식적인 일본 정치인들과 인권활동가, 젊은 세대들에게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생전에 피해 배상과 공식 사과 등 명예회복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도쿄 방문에 앞서 이옥선·강일출 할머니 등 2명은 지난 12∼16일 홋카이도 삿포로 지역을 방문해 증언활동을 벌였다.
특히 이 할머니는 7월 10∼23일 미국을 횡단하고 지난달 8월 28일∼이달 10일 독일을 방문하는 등 석 달 동안 3개 대륙을 오가는 '인권 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그곳(위안소)은 도살장이었다"고 증언해 현지인과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일자 독일의 슈피겔은 '2차 대전의 강제매춘, 일본의 수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할머니가 15살 때 사복 차림의 일본 군인에 의해 강제로 트럭에 실려 중국 옌지(延吉)의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 과정부터 위안소 내에서 겪은 고초와 목격한 참상을 전했다.
2000년 중국에서 귀국한 이 할머니는 2002년 미국 브라운대 강연을 시작으로 올해로 12년째 해외 증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권 활동가'라고 찍힌 4개 국어의 명함을 가지고 '인권 외교관'을 자처하며 10여 차례 외국을 찾았다.
일본군 도검에 찔려 손발에 흉터가 남아 있고 폭행 후유증으로 치아가 빠지고 청각 장애를 겪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과 골다공증이 심해 물리치료와 찜질로 버티면서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RELNEWS:right}
이 할머니는 출국에 앞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 때 만나는) 언론인과 정치인들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절박함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