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선진화법이 민주당의 '발목잡기'를 공식적으로 허용해주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화법이 유효한 까닭에 개정작업 역시 야당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는 게 새누리당의 딜레마다.
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1년여 만에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자승자박' 격으로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
이런 상황인데도 새누리당은 왜 굳이 선진화법 개정 카드를 꺼내든 걸까?
우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원내투쟁의 무기로 선진화법을 활용한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의 본격 가동을 앞둔 상황에서 초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나가겠다는 셈법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연일 선진화법 때리기에 나서며 민주당에 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야당 협조 없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바로 다음 날 "만일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한다면 이 법은 '식물국회법'으로 비난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수명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특히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처럼 국회를 파행시킬 경우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민생 살리기를 가로 막는 야당' 프레임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도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 다음날인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선진화법을 극단적으로 활용해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남경필 의원. 자료사진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진정한 선진화법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선진화법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리 검토를 위해 원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위헌성이 았다고 판단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사 제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했던 남경필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선진화법 개정 논란은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도 표면화됐지만,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집권여당이 갓 도입된 제도 탓을 한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