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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1%의 희생은 필요악?

[북]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키나와 미군기지 피폭노동 폭음 피해로 본 '희생 시스템' 고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일본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본질적인 구조는 희생의 시스템이다."
 
자국의 역사 왜곡과 인권 문제를 꼬집는 철학자이자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학 교수는 신간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를 통해 이같이 주장한다. 그 증거로 원자력발전(후쿠시마)과 미일 안보체제(오키나와)를 지목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후 일본의 국책이던 원전 추진 정책에 잠재돼 있는 희생이 어디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지를 폭로했다.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는, 전후 일본에서 헌법보다도 더 우월한 국체(國體)적 지위를 차지해 온 미일 안보체제에서 희생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보여 준다. 나는 이런 맥락에서 원자력발전과 미일 안보체제를 각각 희생의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전후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희생의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6쪽)'
 
이 책에 따르면 희생의 시스템에서는 어떤 자(들)의 이익이 다른 것(들)의 생활(생명·건강·일상·재산·존엄·희망 등)을 희생시켜서 산출되고 유지된다.
 
'희생시키는 자의 이익은 희생당하는 것의 희생 없이는 산출되지 못하고 유지될 수도 없다. 이 희생은 통상 은폐돼 있거나 공동체(국가, 국민, 사회, 기업 등등)에 대한 귀중한 희생으로 미화되고 정당화된다. (38쪽)'
 
그러면 원전과 미군기지가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그것을 추진하는 순간부터 이미 사고, 피폭노동 등의 희생을 전제로 하며, 도시 사람이나 지역 정치가 등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 변방, 피폭 노동자 등 타자에게 모든 희생을 떠넘기는 국가적 희생의 시스템이다.
 
현재까지도 섬 전체 면적의 큰 부분을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오키나와 역시 국가가 이곳에 지속적인 희생을 전가함으로써 본토의 평화를 유지해 온 희생의 시스템이다. 이러한 일방적 부담으로 인한 토지 수탈, 폭음 피해, 기체 추락, 미군에 의한 폭행 등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희생은 국가 사회를 운영할 때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말하자면 필요악이 아니냐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 예컨대 국가·국민 전체의 이익, 그것을 국익이라 칭한다면 국익이라는 큰 것을 위해서는 일부 소수자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떤 희생도 없이 국가 사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 희생의 시스템을 그렇게 정당화하려는 주장이다. (183쪽)'
 
책은 묻는다. 경제성장과 안보 같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희생하는 시스템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냐고. 다시 한 번 묻는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희생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사회가 정상이냐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 희생을 누가 져야 하느냐고.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람은 자신을 희생으로 제공할 각오가 어느 정도로 돼 있을까. 그것은 또한 자기 한 사람이 각오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기지를 유치하거나, 원전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략) 누구도 희생을 받아들일 각오가 없고 누군가에게 희생을 떠넘길 권리도 없다면, 주일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원전에 대해서도 그것을 수용하고 추진해 온 국책 그 자체를 재검토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187, 188쪽)'
 
이 책이 일본의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 데는 사고와 부실 위험에다 은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미군기지 주변 범죄·환경오염, 해군기지 건설 논란, 노동자의 죽음을 나몰라라 하는 반도체 공장 등으로 시름하는 한국 사회가 떠올려지는 까닭이다.

지은이의 말을 빌리자면 "문제는 누가 희생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희생의 시스템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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