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부채가 최근 5년 만에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였던 부채비율은 1,200%대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동양그룹 외에도 30대 그룹 다수의 재무안정성이 5년 전보다 악화됐다.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향후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동양그룹 부채비율 증가 폭 최대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동양그룹의 부채는 2007년 말 2조5천억원에서 작년 말 4조4천억원으로 75.5%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146.9%에서 1,231.7%로 크게 뛰었다.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5년간 부채비율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도 가장 높았다.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0.13에서 0.87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영업이익만으로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외 같은 기간 한진그룹은 부채비율이 174.5%에서 437.3%로 262.8%포인트 증가했고 이자보상배율은 0.50에서 0.37로 다소 낮아졌다.
현대그룹 부채비율은 157.7%에서 404.1%로 246.4%포인트 상승했고 이자보상배율은 2.91에서 -1.11로 악화됐다.
강덕수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가 무너진 STX그룹은 부채비율이 170.0%에서 256.9%로 87.0%포인트 올라갔다. 이자보상배율은 10.77에서 -0.82로 추락했다.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금호아시아나는 부채비율이 82.5%포인트 상승해 265.0%가 됐다.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국내 기업 전반적으로 재무안정성이 과거보다 개선되는 추세지만 이처럼 취약한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실적이나 현금흐름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유동성 악화 우려가 있다"며 "내수와 건설, 해운 등 취약업종을 비롯해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단기에 개선되기 어려운 여건에 있어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착시현상 경계해야"…삼성·현대차 등만 '양호' 반면에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부채비율이 49.4%에서 43.0%로 낮아졌고 이자보상배율은 24.88에서 284.64로 크게 뛰었다.
현대차그룹은 부채비율이 96.3%에서 75,4%로 낮아졌으며 이자보상배율이 6.00에서 146.93으로 점프했다.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영풍그룹으로 33.5%였다 2007년 59.5%에서 더 낮아졌다.
현대백화점(47.6%→40.5%), KCC(58.4%→52.8%)의 부채비율도 양호했다. 부영은 1,674.3%에서 110.3%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우량기업이 '착시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최원락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일부 기업만 보고 한국 경제가 잘 된다는 것은 착시"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A(인수합병)에 주력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업들의 순이익률은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제조업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0년 9.6%에서 2011년 6.9%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최 연구원은 "당장 세계경제가 좋아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업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재무장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을 북돋는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적인 한계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재무안정성이 갈수록 악화돼 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
부채가 급증하는데 실적이 부진하면 결국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기업부채도 제때 정비하지 않으면 국가 전반에 엄청난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국내 기업과 금융시장 시스템이 건전화돼 예전처럼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간헐적으로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사전에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