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상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힉스 입자와 인간게놈프로젝트 등 인류가 이룩한 세기의 업적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번 노벨상 시즌은 7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로 시작한다. 이후 8~14일 물리학상과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엔 과연 누가 노벨상의 주인이 될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가운데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한 뛰어난 과학적 업적 5가지를 꼽아봤다.
◇ '신의 입자' 힉스 입자 발견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원리를 설명하는 가설인 '표준모형'(Standard Model)에서 없어선 안 될 소립자 중 하나다.
이 입자는 1964년 존재가 이론화됐으나 이후 수십 년간 실체가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지난해 7월 처음으로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소립자를 발견, 올 3월 이것이 힉스 입자임을 확인했다.
힉스 입자는 지난해에도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노벨위원회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 로이터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언한 물리학자 피터 힉스(영국)와 프랑수아 엥글레르(벨기에) 박사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될 것으로 점쳤다.
이외에도 CERN에서 힉스 입자 발견을 주도한 파비올라 지아노티(이탈리아), 롤프 호이어(독일), 테진더 버디(영국), 조지프 인칸델라(미국)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 인간 DNA의 비밀 푼 게놈프로젝트
1990년 시작해 2003년 완료된 게놈프로젝트는 인간이 지닌 게놈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한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로 손꼽힌다.
에릭 S.랜더, 크레이그 벤터, 프랑수아 콜린스 등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이 프로젝트는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게놈프로젝트는 연구의 규모나 의미 면에서 노벨위원회가 원하는 핵심 요인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도 듣는다.
노벨위원회는 프로젝트보다는 과학자 개개인의 독창적인 발상이나 급진적인 접근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이미 일부 게놈의 염기서열이 밝혀져 있었던 데다, 지난 2002년 유전자 연구와 관련해 과학자 3명이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어 또다시 이 분야에 상을 수여할진 미지수다.
◇ 난청환자 치료 도운 달팽이관 이식수술
내이(內耳)에 작은 고성능 컴퓨터인 인공달팽이관을 이식하는 이 수술은 청신경을 미량의 전기로 자극해 난청 환자의 청력을 회복시키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다.
이는 감각신경이 손상돼 보청기를 사용해도 잘 들을 수 없는 난청 환자들에게는 거의 유일한 재활 방법으로 여겨진다.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처음으로 창안한 학자인 윌리엄 F. 하우스 박사는 지난해 사망, 생존자에게만 수상을 허용한다는 노벨위원회 지침에 따라 후보자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인공달팽이관 제조업체인 메델의 인게보그 호치마이어 박사와 호주 멜버른대의 그레임 클라크 교수, 미국 듀크대학의 블레이크 윌슨 교수 등이 인공달팽이관 개발에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수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 '생물학 수수께끼' 푼 막융합 발견
세포 활동이 이뤄지는 과정인 막융합의 발견은 세포 내에서 혹은 세포 간에 단백질과 무기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막융합의 발견은 혈액 인슐린 분비와 신경세포간 교신, 세포의 바이러스 감염경로 등을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세포막을 연구한 미국의 제임스 로스만 예일대 교수와 랜디 셰크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지난 2002년 미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래스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단백질 접힘 원리의 발견
세포 내 단백질 접힘 현상은 분자에 특별한 특성을 부여하는 생명현상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질병이나 알레르기가 발생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울리히 하르틀 박사와 미국 예일대 의대의 아서 호위치 교수가 단백질 접힘 현상의 원동력이 작은 분자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내 기존에 인정되던 원리를 뒤엎고 새로운 원리를 수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