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지난 달 16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거래선 확보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들의 보험금 상환기간 연장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인재근 민주당 의원이 14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문건을 보면, 기재부가 경협보험금 회수 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 '한계가 있다'고 보고를 올린 데 대해 청와대가 '불가'라는 입장을 내려보냈다. 이 문건은 "VIP(박 대통령)께서 ‘불가함’으로 직접 정정”했다고 돼 있다고 인 의원은 설명했다.
인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현실적인 법제도 테두리 내에서의 검토인 것으로 청와대의 지시만 있으면 기업들의 보험금 상환연장 요구에 응해줄 여지를 남겨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들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재가동 한달이 된 이 시점까지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불안 심리 등으로 해외 거래선 확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바람에 공장 가동률은 60% 정도에 불과하고 사전 주문 형식으로 운영되는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공장을 아예 가동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이 안정화될 때까지, 15일까지인 보험금 상환예정일을 미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올해 초 개성공단 폐쇄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은행에서 수십 억 원을 대출받아 직원들 월급을 줬고, 이달 초 보험금이 나오자마자 이자 부담이 큰 은행 빚부터 갚았다"며 "보험금 상환을 위해 돈을 다시 빌리려고 해도 신용도가 떨어져서 대출도 잘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는 관련 기업과 근로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상환 기간 연장 요구를 '불가'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기존 약관 및 규정상의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으로 관련 문서가 보여주고 있다. 약관에는 언제 보험금을 반환해야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 기재부가 상환 연기 요구에 대해 '불가'입장 대신 '한계가 있다'고 밝힌 대목도 여기 있다.
인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불가함’으로 (기재부의 보고를)정정한 것은 개성공단 기업의 희망을 꺽은 것으로, (본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정반대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기업의 애로사항을 기재부와 청와대에 적극적으로 전달했어야 했지만, 청와대나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꼭두각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