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23일 '김치와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2~7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릴 올해 제8차 무형유산위원회를 앞두고 '김치와 김장문화'를 심사한 무형유산위원회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가 '등재권고'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사실 김치는 우리의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식이지만, 인지도에 있어서는 일본의 기무치에, 수출 규모로는 중국에 밀려 있다. 더구나 중국은 발빠르게 조선족의 김치와 김장을 자국의 무형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문화공정을 진행해 왔지만, 한국은 일본에서 베껴온 전수자 중심의 무형문화재법 때문에 작년까지도 김치나 아리랑 같은 전통문화를 자국의 무형유산으로 지정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세계 5대 음식 중 하나인 김치의 원산지가 중국이나 일본이 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문화재청에서도 고충이 있었다. 일단 김치와 같은 음식물의 조리법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예도 없었고,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통해 한국 김치의 상업적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문화재청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30일에 제출된 신청서는 '김장: making & sharing Kimchi'를 제목으로 삼았고, 김장 문화에 초점을 맞춘 문화재청의 논리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김치와 김장이 세계무형유산이 된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우리 김치는 원료 공급의 불안정, 다수의 영세업체의 난립 및 마케팅 능력 미비, 수출의 대일 의존도 심화, 김치관련 R&D(연구개발) 투자 부족, 연구와 산업의 연계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식탁은 중국산 김치가 장악하고 있으며 1인 가구의 증가와 거주 유형 및 생활방식 변화 때문에 김치의 소비는 나날이 줄어드는 형국이다.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김치가 아니라 김장이다. 겨울을 준비하며 가족들과 마을공동체가 함께 만들고 나누던 식문화 자체가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이런 김장문화는 얼마나 살아있는가? 김장을 담그는 일도 많이 줄었지만 김장문화가 품은 정신은 아예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것이 오늘의 한국이다.
조선족들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장, 언제든 중국의 것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세계적 문화유산을 자랑하며 장사에 써먹는 것보다 세계가 인정한 그 전통과 철학을 제대로 배우고 지키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김성수 (CBS 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