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남의철이 팀파시강남체육관에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남의철(32, 강남팀파시)은 자신의 격투기 인생을 “한 편의 코믹 드라마 같다”고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제가 이렇게 프로 파이터가 될 줄 몰랐어요. 동료 선수들도 세속적인 기준에서 보면 특이하죠. 이 직업이 명예를 얻거나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잖아요. 하지만 좋아서 이 길을 택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엉뚱하고, 개성이 뚜렷해요.”
군 생활 중 유일한 낙은 K-1과 프라이드 같은 격투기 대회 시청이었다. 학창시절 “싸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운동은 좋아했던” 남의철은 2003년 전역 후 “취미 삼아” 체육관을 다녔다. 타고난 승부욕이 발동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2005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파이터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건 2006년 어느 날이었다. “대학(건축학과)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 중이었죠. 평소처럼 낮에 오전운동 끝내고 매트에 누워 있는데, 그 느낌이 포근하고 좋았어요. 그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겠구나’ 확신이 섰죠.”
남의철은 연승을 거듭했고, 그해 11월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스피릿MC 웰터급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챔피언이 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소속팀과 대회사의 갈등으로 얼마 후 타이틀을 박탈당했다. 2008년에는 대회사마저 문을 닫았다. 뛸 무대를 잃은 동료 파이터들은 하나 둘씩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외로웠지만 위승배(강남팀파시 감독), 이재선(사비MMA 감독) 같은 형이 옆에 있어줘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버텼죠. 그때 체육관도 열고,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나름대로 먹고살 준비도 했어요. 하지만 UFC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죠.”
그 후 M-1 챌린지, 레전드FC 같은 해외 단체에서 주로 활약하다가 2010년 10월, 국내 단체 로드FC가 출범한 후에는 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쿠메 다카스케(28, 일본)를 꺾고 라이트급 챔피언이 된 남의철은 지난 12일, 쿠메를 또 다시 제압하며 1차 방어에 성공했다.
남의철이 일본 강자 쿠메를 압도하자 UFC 진출에 관한 얘기가 솔솔 나왔다. 하지만 그는 UFC에서 영입 제의가 와도 응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로드FC가 UFC 이상의 대회가 되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남의철은 13회까지 진행된 로드FC에 총 7번 출전해 무패 행진 중이다.
“로드FC와 저는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1회 대회부터 함께 하면서 저와 로드FC가 같이 성장해 왔으니까요. UFC에 가면 돈을 더 많이 벌고, 유명해지겠지만 챔피언으로서, 노장 파이터로서 제 역할은 좋은 시합을 해서 대회 발전을 도모하는 거라 생각해요. 국내 단체가 성장해야 국내 선수에게 기회가 더 많아지니까요. 저는 격투기를 통해 얻은 게 많아요. 후배들도 그런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뛰는 무대가 달라도 한국 격투기 선수는 같은 길을 가는 동료예요. 쿠메 전 앞두고 김동현(에릭 실바 전), 차정환 경기(앤드류스 나카하라 전)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거든요. 서로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윤성호 기자
프로 통산전적 17승 1무 4패(셔독 기준). “부상에서 100% 회복되면 다음 경기에 나서겠다”는 남의철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선수로서 목표는 “10차 방어전까지 치르는 것”이다. “종합격투기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만들고 싶은 꿈”도 간직하고 있다. 한체대 사회체육대학원에서 생활체육을 전공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종합격투기에 관한 공부는 평생 하고 싶어요.”
그런데 차분한 표정으로 조근조근 말을 이어오던 이 남자, 갑자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결혼할 나이도 됐고…. 좋은 짝 만나서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종합격투기 선수 하면서 좋은 남편, 아빠, 가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