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청와대 제공)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나 이력이 속속 드러나면서 장관으로서의 자질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금 전문가인 문 후보자는 국가 재정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학자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데 있어 복지 혜택을 확대하기 보다는 재정을 우선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어 복지부보다는 기획재정부의 마인드를 가졌다는 평이다.
◈ 기초연금 확대에 부정적, 대상자 줄여야문 후보자는 노인들에게 일정액을 지원하는 기초연금에 대해 이미 수년 전부터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해왔다.
문 후보자가 2005년 경제지에 기고한 글을 보면 당시 한나라당이 주장한 기초연금에 대해 "기초연금은 막대한 재정 소요를 수반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개혁해 선(先) 재정안정화, 후(後) 사각지대 해소라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보다는 국가 재정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그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08년 12월 발간한 '공적연금제도의 평가와 정책과제II' 보고서에서 문 후보자는 노인 70%를 대상으로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2030년대 이후 65세 이상 노인 40% 정도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올해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의 입장대로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깎는 것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임명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기초연금안을 잘 마무리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인 것 같다"고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문 후보자는 국민연금 개혁론자이기도 하다.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 국민연금을 '더 내고 늦게 받게' 해야 한다는 점을 평소 강조해왔다.
그는 장관 임명 전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보험료를 현재 9%에서 13% 수준까지 올리고, 수령개시 연령은 67세로 늦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후보자는 올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을 하면서도 보험료 인상론을 주장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그는 국민연금 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개혁도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2005년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재정적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직역연금제도에 대한 과감한 수술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며 "공무원·군인·사립교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현행 체계대로 유지할 경우 적자규모가 빠르게 증가해 추후 중앙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큰 부담을 줄 것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증세없는 복지의 퇴로 찾으려는 정권의 속내 반영재정을 우선시하는 이같은 문 후보자의 성향은 복지 확대보다는 현실론으로 돌아서려는 현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있다.
박근혜 정권은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무상고교 등 각종 복지 정책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증세없는 복지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퇴로를 고심하고 있다.
이번 인선에 대해서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복지부 장관이 철저한 기재부 마인드를 갖는 꼴이다. 복지부는 기재부와 맞서서 조금이라도 재원을 늘려야 하는 입장인데 그런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세없는 복지의 한계에 부딪힌 정권이 본격적으로 현실론을 앞세워서 퇴각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최근 몇년간 이어진 복지 확대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후보자는 자신의 전공인 연금분야 이외에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의료 상업화를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6월 기획재정부와 KDI 공동 주관으로 보건-복지-노동분야 국가재정운영계획 공개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 등을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영리기관인 개인병원과 의료법인이 전체 병상수의 5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영리법인을 금지하는 것은 의료업에 투자할 권리를 의료인에게만 제한하는 독점권 보장 진입규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