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운전병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대령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군 특성상 상명하복 관계의 특수성이 감안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운전병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해병대 사령부 오모 대령 사건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의 특성을 감안해 11월 1일 고등군사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서 객관적 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는 재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서 의원은 "대법원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지만,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성추행이 없었다면 발생할 수 없었고, 가해자 상급자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할 수도 있다.그리고 1·2심에서 국가인권위의 조사내용이 배제되었다 "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군의 상명하복 특성 때문에 하급자는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공론화가 어렵다. 가해자가 상급자로서 우월적 지위가 있다 보니 그렇다.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재판장 김창석 대법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운전병을 강제추행해 정신적 상처(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힌 죄(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죄)로 기소된 해병대사령부 소속 오모 대령에 대해 원심 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지난달 26일 판결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고, 2심에서 징역 1년 9개월이 선고되었다.
피해자가 진술한 이 사건 개요는 이렇다.
2010년 7월 9일 자정무렵을 전후해 운전병 이 모(22)씨가 오모 대령을 태우고 가던 50분 남짓 사이에, 술에 취한 오 대령이 수시로 차를 세워 4차례에 걸쳐 운전병을 강제로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도 공소사실에 포함된 3회의 강제추행 중 1회째와 2회째의 강제추행은
무죄로 판단하고, 3회째의 강제추행만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데, 그 이유가 피해자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이나 경험칙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려움을 지적하는 것으로서 충분히 수긍할만만 내용임에도 3회째의 강제추행만을 인정하였다"며 "1, 2회째 강제추행을 무죄로 판단한 근거(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가 3회째 강제추행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술한 사건경위서의 내용에 '3회에 걸쳐 추행을 당하는 과정에서의 쌍방의 대화와 행위'를 시간대별로 상세하고 생생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을 태우고 간 50분 남짓한 시간 중 순수하게 운행하는 시간 35분을 제외한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에 각기 다른 장소에 차를 세운 상태에서 그 내용이 모두 일어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취지의 상해진단서가 증거로 제출되었으나 이 진단서는 피고인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사실임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내용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으보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진상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조사관들이 부대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조사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만취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주장과 일부 일치하는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식의 진술을 했다.(당시 작성된 피고인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들은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모두 증거 능력이 부정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정상영 팀장은 "인권위 조사는 형사소추, 즉 기소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임의적 조사이기 때문에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사전에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