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민주당 지도부가 앞다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띄우기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임기 첫해가 끝나기도 전에 '힐러리 대망론'이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노골적으로 줄을 서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클린턴 열병'에 걸렸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가 3년이나 남았지만 당 지도부의 지지 선언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 준비위원장이었던 척 슈머(뉴욕) 상원의원은 지난 주말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2016년은 힐러리의 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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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힐러리는 티파티(공화당 내 강경 세력)를 견제할 민주당의 확실한 대안이고, 그가 출마한다면 당연히 승리할 것이며 우리 모두 승리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자기가 슈머 의원보다 먼저 '힐러리 밴드왜건'(승산이 있는 유력 후보에게 편승하는 것)에 올라탔다고 주장했다.
리드 대표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종종 슈머 의원에게 언론에 선수를 빼앗기기는 하지만, 내가 슈머 의원보다 먼저 힐러리가 아주 아주 좋은 후보가 될 것이며 그가 출마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오래전에 밝혔다"고 말했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 출신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질세라 클린턴 전 장관의 편에 섰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선과 대선에 나서는 걸 보고 싶다.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이 대권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경우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커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도 일단 `힐러리 지지'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 당시 상원의원이던 클린턴 전 장관이 나섰을 때 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질리브랜드 의원은 4개월 전 조찬에서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대선 경선 때 앨 고어, 2004년 존 케리 후보를 위해 일했던 민주당 전략가인 태드 디바인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범접할 수 없는 선두주자로, 현직 대통령을 제외하고 지난 40년간 가장 강력한 후보"라며 "그러니 현직 의원들이 앞다퉈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했다.
또 내년 중간선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 선언과 유세 및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서의 지원을 끌어내려는 포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이 새로 구성되면 당내 1위 자리를 또 맡으려는 의향을 표명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근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펠로시 대표는 의회 전문 매체인 힐(The Hill)에 "힐러리가 나오면 적임자가 될 것이다. 가장 준비가 잘 된 후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부통령도 재능 있고 명망 있는 인물임이 분명하지만 힐러리가 출마한다면 여론은 힐러리 편"이라고 덧붙였다.
상원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올해 초 `힐러리 출마'를 권유하는 비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08년 경선 때 일찌감치 오바마 후보 지지 선언을 했던 클레어 매카스킬(미주리) 상원의원도 `이제는 힐러리가 최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의원이 '힐러리 받들기'에 골몰하는 것은 아니다.
톰 하킨(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우리는 항상 대통령 선거 얘기만 한다. 2016년 대선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2008년 대선 때 바이든 부통령을 지지했던 톰 카퍼(델라웨어) 상원의원도 "대선이 3년이나 남았고 당장 처리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누가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