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7일 오전 '포스트 국감' 체제에서 열린 민주당의 첫 의원총회가 냉랭한 분위기로 끝났다.
일부 의원들이 당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면서 지도부를 강하게 질타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다선 의원은 지도부가 정국 현안에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뒤이어 한 초선 의원은 '포스트 국감'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개인기를 통해 국감을 치러냈으면 그 성과를 가지고 어떻게 싸움을 이끌어갈지 명확한 방침을 정해 알려줘야 하는데, 첫 의총에서 단순히 의사일정만 설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불만의 배경에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임하는 지도부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을 일부 밝혀냈음에도 공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돌아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안 의원이 최근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을 제안한 뒤로 정치권의 관심은 사건의 본질보다는 안 의원의 행보에 더 쏠려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사태를 관망하던 민주당으로선 선점 이슈를 빼앗겨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도부가 괜히 애매하게 뭉그적대면서 특검에 대해 우리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민주당의 '양비론'적인 태도를 놓고도 당내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 의원은 "국민의 판단에 따라 정당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2%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해산하게 돼있다"며 "(지도부가) 민주주의 일반에 대한 문제에 눈치를 보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가 오히려 지지율을 깎아먹는 악수(惡手)로 작용하고 있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너무 생각이 많다. 현재 지도부는 진보와 중도를 동시에 잡으려고 하는데, 야당은 우선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갖고 전통적인 야성을 회복해야만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감시하기 위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 모니터링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안 의원의 특검 제안에 맞서 민주당도 무언가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